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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푸틴 15일 알래스크 회담...“푸틴, 휴전 조건 우크라 돈바스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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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8. 09. 14:41

트럼프-푸틴, 15일 알래스카서 6년만 대면 회담
WSJ "러, 휴전 조건, 우크라 돈바스의 러 영토 인정 요구"
"유럽·우크라 관리들, 러 일부 통제 자포리자·헤르손 남부 지역 문제 러 입장에 의구심"
트럼프 푸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휴전의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달라고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유럽과 우크라이나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SNS)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는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자리에서 돈바스 지역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알래스카를 방문하면 2015년 유엔 총회 참석 계기에 방미해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만난 이후, 약 10년만에 미국 땅을 밟는 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의 대면 양자 회담은 2019년 6월 2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오사카(大阪) 회담 이후 6년 2개월 만이 된다.

UKRAINE-CRISIS/MARINKA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러시아 통제 지역인 마린카(마리인카) 마을 모습으로 7일(현지시간) 찍은 드론 사진./로이터·연합
◇ 트럼프-푸틴, 15일 알래스카서 6년만 대면 회담...WSJ "러, 휴전 조건, 우크라 돈바스 지역 러 영토 인정 요구"
트럼프 "러·우크라에 좋은 결과 영토 교환 논의 가능성"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 대면 회담을 하고, 곧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함께하는 3자 회담을 하려고 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6일 보도했는데, 3자 회담은 러시아의 거부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제안은 푸틴이 지난 6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수시간 동안 진행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와의 면담에서 직접 밝힌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아우르는 돈바스 영토를 양보하고, 그 사실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으면 휴전하겠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도네츠크 철수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양측 모두에 좋은 결과가 되는 영토 교환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이 성사되면 러시아는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 이어 돈바스 지역까지 차지하게 된다. 러시아는 루한스크를 완전히 점령한 뒤 현재 도네츠크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UKRAINE-CRISIS/FRONTLINE
우크라이나군 82 독립 공수 공격 여단 소속 병사가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D-30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로이터·연합
미국은 푸틴의 제안을 받은 후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의 정상회담 준비를 시작했고, 위트코프 특사는 6일부터 3일간 우크라이나 및 유럽 국가 관리들에게 이 제안을 설명했다. 첫날 통화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참여했으며 6일 두번째 설명 때는 트럼프 대통령은 불참했고, 8일 통화에는 위트코프 특사만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6일 논의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날 통화에 참여한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푸틴의 제안이 돌파구는 아니지만, 정상회담을 준비하기엔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셋째 날 논의에서 위트코프 특사는 러시아의 제안이 두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면서 첫 단계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에서 철수하면서 전선을 동결하고, 그다음 단계에서 푸틴과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평화 계획에 합의하고,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협상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고 2명의 유럽 관리가 전했다.

푸틴의 제안은 돈바스 지역을 넘어 전선이 있는 전체 지역을 러시아가 완전히 통제해야 한다는 이전 요구에서 다소 양보한 것일 신호일 수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UKRAINE-CRISIS/RUSSIA-GRAINS
한 트랙터가 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불법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스타로빌스크(러시아명 스타로벨스크) 마을 인근에서 밀을 수확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WSJ "유럽·우크라 관리들, 러 일부 통제 자포리자·헤르손 남부 지역 문제 러 입장에 의구심"

하지만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관리들은 러시아의 제안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이 휴전하지 않을 경우 가해질 미국의 제재와 관세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제안을 활용하고 있으며, 전쟁을 계속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발효는 이날이고, 러시아산 원유 등을 구매하고 있는 인도에 대한 추가 관세 25%(총 50%) 발효는 오는 21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對)러 제재 시한을 묻는 말에 "우리는 그(푸틴)가 무슨 말을 할지 지켜볼 것"이라며 "그것은 그에게 달려있다"고 답했다.

유럽과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제안과 관련한 핵심 사항 중 러시아가 일부 영토를 통제하고 있는 자포리자 남부와 헤르손 남부 지역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러시아가 현재의 전선을 동결할 것인지, 군대를 완전히 철수시킬 것인지 등을 파악하려고 했으나 상반된 인상을 받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푸틴은 자포리자와 헤르손 지역의 현재 전선에서 전쟁을 일시 중단해 우크라이나와 영토 교환 협상을 진행, 헤르손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을 추진해 왔는데,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가 어떤 영토를 수복할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은 자포리자와 헤르손 지역을 통합해 크림반도~돈바스 지역 간 육로를 확보하려는 야심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오랫동안 러시아의 점령 영토 지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거부해 왔고, 우크라이나 헌법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영토 변경을 승인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3년 이상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는 종전을 원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영토의 상당 부분을 양보하는 데에는 반대하고 있어 러시아의 제안이 국민적 추인을 받기 힘든 상황이다.

한 우크라이나 관리는 원칙적으로 어떤 제안에도 반대하지 않지만, 추가적인 조치를 위해서는 휴전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휴전에 동의한 후에야 영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한 언급을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휴전 조건으로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할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우리는 일부(영토)를 돌려받을 것이다. 일부는 교환할 것"이라고 답했다.

돈바스를 넘겨달라는 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자포리자와 헤르손의 통제권은 우크라이나에 돌려주는 방안 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위트코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AFP·연합
◇ 러 크렘린궁 "트럼프·푸틴, 우크라 평화적 해결 방안 논의...다음 회담 러시아 개최 트럼프에 전달"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9일 새벽 미·러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를 발표하면서 의제와 관련해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갈등의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당연히 두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을 위한 장기적이고 평화적인 해결 방안 논의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또 "앞을 내다보면, 다음 회담을 러시아 영토에서 개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자연스럽다"면서 "해당 초청장은 이미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은 서로 국경을 접하고 있는 가까운 이웃"이라며 "우리 대표단이 간단히 베링 해협을 건너가고 두 국가 지도자 간의 중요하고도 간절히 기대되는 정상회담이 알래스카에 열리는 것은 매우 논리적"이라고 강조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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