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지분율 적은 금융사들 우려커
"안정적 지배 위해 추가지분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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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사주를 소각해야 한다. 이 경우 김준기·김남호 부자 등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지배를 위해선 추가 지분 확보가 필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9일 DB손해보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김남호 DB그룹 회장으로, 약 9.01%를 보유하고 있다. 또 김 회장의 부친인 김준기 창업회장이 5.94%, 그의 누나 김주원 부회장이 3.1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한 DB김준기문화재단 5.00%, 김정남 DB손보 부회장 0.15%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오너일가 지분율은 23.43%다.
소액주주 지분비율이 53.4%이고, 국민연금이 8.62%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너일가 지분율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DB손보는 자사주를 1075만6531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분율은 17.91% 수준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 만큼 이를 고려하면 김남호 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율은 27.23%까지 상승한다. 자사주를 이날 종가로 계산하면 1조3900억원 수준에 달한다. DB손보 시가총액은 9조1400억원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너가 있는 금융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높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이 경우 대규모 자사주를 보유하며 경영권을 방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을 주요 내용으로 한 상법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되며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과 김현정 의원, 민병덕 의원, 김남근 의원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자사주 취득 즉시 소각 △취득 1년 내 소각 △취득일로부터 6개월 이내 소각 등을 담고 있다.
지난달 23일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강일 의원은 "현행 상법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일정 요건 하에 허용하고 있으나 취득 후 장기간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거나 경영권 방어 수단 또는 불공정 거래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폐해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의원도 "상법에선 대표적 주주환원 정책인 자사주와 관련해 소각 원칙을 정하지 않고 있어 자기주식 취득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에 활용되는 반면 일반 주주의 이익에 반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상장 금융사들이 배당과 함께 자사주 매입·소각을 주요 주주환원 방안으로 추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DB손보는 올해 2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하면서도 배당 확대를 제시했지만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 등의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DB손보 관계자는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검토는 하고 있지 않다"면서 "추후 법이 확정되면 소각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는 "상법이 개정되고 이에 따라 금융사들이 자사주를 소각하게 되면, 전체 상장주식이 줄어드는 만큼 오너일가의 지분율도 일부 올라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오너일가 지배력이 약화될 수도 있는 만큼 지분율을 높여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