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래미안이 걸으면 길이 된다”…‘재건축 전성기’ 맞은 삼성물산, 배경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824010011501

글자크기

닫기

김다빈 기자

승인 : 2025. 08. 24. 14:37

강남 ‘재건축’ 연속 수주…개포우성·삼호가든 '시공권' 확보
정비사업 신규 수주액 '7조 돌파'…현대건설 간 격차 더 벌려
‘래미안’ 브랜드·12년 연속 ‘시평 1위’ 등…수주 경쟁력 “우뚝”
이미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의 새 시대를 열고 있다. 강남권을 비롯한 주요 사업지에서 대형 건설사 간 수주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맞붙는 곳마다 연승을 거두며 독주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이른바 '래미안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이 재건축 황금기를 맞은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이 꼽힌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고금리 장기화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조합들이 분양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는 주택 브랜드와 안정적 자금력을 더욱 중시하게 됐다. 특히 서울 핵심지에서 추진되는 재건축 단지들은 '래미안'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삼성물산의 재무적 뒷받침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이 같은 조합의 수요와 삼성물산의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수주 성과가 연이어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하루에만 9000억원에 가까운 수주 성과를 올렸다. 올해 하반기 '빅매치'로 꼽힌 강남구 '개포우성7차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 맞붙은 경쟁사를 따돌리고 6778억원 규모의 신규 계약을 따냈다. 같은 날 강남구 '삼호가든5차 재건축'에서도 최종 시공사로 선정되며 2369억원을 추가했다. 이 프로젝트는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 최고 35층·2개 동·306가구 규모의 아파트 및 부대 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것으로, 공사비는 약 2369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올해 정비사업 수주액 누적 7조원을 넘어섰다. 이번 두 건을 수주하기 전까지 이미 6조1700억원 이상을 확보한 가운데, 하루 만에 9000억원을 추가하며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연초에는 사업비 1조5695억원 규모의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을 꺾으며 승리했고 △신반포4차(1조310억원) △장위8구역(1조1945억원) △송파대림가락(4544억원) △방화6구역(2416억원) △송파한양3차(2595억원) △광나루현대 리모델링(2708억원) △양천구 신정동 재개발(4507억원) △울산 남구 B-04 재개발(6982억원) 등 굵직한 사업들을 연이어 확보해 왔다.

이번 수주 성과로 2위 현대건설과의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현대건설은 현재까지 5조5357억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기록 중이다. 만약 삼성물산이 연말까지 도시정비 수주 1위를 지켜낸다면,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정상 자리를 지켜온 현대건설의 아성에 제동을 걸게 된다.

업계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드라이브'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본다. 최근 재건축 시장이 삼성물산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 속에 서울 부동산 1번지 주요 프로젝트를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연내 △성수동 재개발 정비구역 △강남 압구정 △여의도 △목동 재건축 단지 등에서 대형 수주전이 예정돼 있어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한강변·목동·여의도 등 핵심 지역에서 삼성물산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며 "잠실우성1·2·3차, 압구정 2구역 재건축 등 일부 단지에서 입찰을 접은 것이 오히려 조합들의 유치 경쟁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당분간 삼성물산의 재건축 전성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물산 독주 배경에는 단순한 입찰 성과 이상의 요인도 자리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12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금융 지원 능력 △'청약 불패' 래미안 브랜드가 결합된 결과라는 것이다. 정부가 재건축을 통한 공급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조합들이 안정적 파트너를 찾을 수밖에 없는 현재의 시장 상황이 시간이 지날수록 삼성물산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 개포우성7차 재건축의 승패를 가른 것도 '브랜드 신뢰'였다는 평가가 많다. 한 조합원은 "대출 규제로 분양 성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사비 경쟁력과 함께 단지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브랜드가 중요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차별화된 설계와 랜드마크 단지 건설 전략이 주효했다"며 "성수·압구정 등 주요 지역에서도 현재의 전략대로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