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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개장의 기억과 어머니의 시간’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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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6. 02. 13. 19:02

중국통 송미영씨 개최
새로운 트렌드 개척 목적
버려질 위기에 놓인 자개장을 수거, 현대적 인테리어 가구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으로 재구성해 온 중국통 (주)미지음디앤씨의 송미영 대표가 자개를 매개로 한 전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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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영 주)미지음디앤씨 대표의 자개장 전시회 카타로그. 송 대표는 중국에서 15년 동안 활약한 중국통으로 유명하다./주)미지음디앤씨.
새로운 트렌드 개척과 전통 문화를 지키고 전통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자 이 전시회를 기획한 송 대표는 오랜 시간 동안 각 가정의 삶을 묵묵히 지켜온 자개장을 수집해 왔다. 화려한 문양 뒤에 숨겨진 세월의 흔적과 손때, 그리고 그 가구를 사용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그의 작업 출발점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고단한 삶을 살아내면서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향수라는 정서적 키워드를 중심에 둔다.

작가에게 자개장은 단순한 생활 가구가 아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집안을 지탱했던 어머니의 시간과 노동, 그리고 말없이 쌓여온 사랑을 상징한다. 전시에서는 수거된 자개장이 품고 있던 사연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가구 작품과 함께 에세이 형식의 글로 풀어낸다. 또 한 시대 어머니들의 삶과 기억을 조용히 호출한다.

이 지점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주요 작품으로는 전통 오방색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모듈 방식 커스터마이징 서랍 작품 '오중주'가 있다. 다섯 개의 색과 구조가 리듬처럼 결합되는 이 작품은 개인의 기억과 취향에 따라 조합과 해석이 달라지는 가구이다. 전통 색채가 오늘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다시 기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다른 핵심 작품인 '폭싹속았수다'는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자개장과 그에 얽힌 사연들을 하나의 공간적 서사로 집약한 인스톨레이션이다. 서로 다른 집과 시간을 지나온 자개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설치된다. 그럼으로써 개별 가족의 기억은 공동의 정서로 확장된다. 작품 제목은 송대표 본인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선사한 드라마의 제목과 우연히 맞닿아 있다. 그래서일까, 마음을 다해 살아온 어머니 세대의 삶을 향한 감사의 의미를 더욱 짙게 더한다.

전시 작품들은 전통 자개의 빛과 질감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 공간에 어울리는 형태로 재해석됐다. 해체와 복원의 과정을 거친 가구들은 '버려짐'과 '보존' 사이에서 물건의 생애를 다시 묻는다. 더불어 사라질 뻔한 생활문화가 오늘의 디자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송미영 대표는 "자개장은 늘 집 안 가장 깊은 곳에서 가족을 비추던 존재였다"면서 "이번 전시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수많은 삶에 대한 작은 헌사이자 오래된 물건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지역 문화공간에서 열리는 전시로 전통 소재의 현대적 확장과 함께 가족사·여성사·생활사의 정서를 아우르는 문화적 의미를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2월 18일부터 26일까지(화요일 휴관) 백강문화관 2층 백강갤러리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건축·공간디자인 전문가인 송미영 대표는 실내건축 설계·시공 분야에서 7년 넘게 활동해 온 베테랑으로 유명하다. 지하철 승강편의시설을 비롯해 초·중학교 환경개선 사업, 공공도서관 인테리어 등 다수의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풍부한 공간 인테리어 경험을 쌓아왔다.

또 중국에서는 공장과 사무실, 식당, 학교 등 다양한 분야의 인테리어 시공을 진행했다. 게다가 중국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만큼 중국 문화와 공간 미감에 대한 이해도 깊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도 존재하는 자개장 문화에 주목해왔다. 향후 자개장을 매개로 한중 문화교류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으로 있다.

송 대표는 한국 자개장을 "조용히 곁에 두고 오래 보는 가구", 중국의 그것은 "한눈에 부와 화려함을 드러내는 가구"로 설명한다. 한국 자개장은 '나전칠기' 전통에 기반해 절제와 여백, 균형을 중시하면서 자개를 장식이 아닌 구조의 일부로 활용한다. 반면 중국 자개장은 화려한 색감과 시각적 임팩트를 강조하고 부와 길상(吉祥)의 상징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회를 찾는 순간 이 사실을 바로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미 역시 대단하다는 사실을 길이길이 기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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