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조성준의 와이드엔터]위기 관리에 취약한 엔터 업계, 무엇이 문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525010012942

글자크기

닫기

조성준 기자

승인 : 2024. 05. 26. 11:03

홍보의 본질 잘 모르는 종사자들 대부분…늦었지만 인식 달리해야
김호중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오른쪽 세번째)이 지난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연합뉴스
basic_2021
경영권 탈취 여부를 둘러싸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보여준 언행들, 음주운전 후 뺑소니와 증거 인멸 및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이뤄진 트로트 가수 김호중과 소속사 관계자들의 구속은 우리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인적 리스크' 대응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인적 리스크'의 충격을 최대한 줄여 향후를 도모할 수 있도록 돕는 위기 관리 매뉴얼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나는 홍보 실패 사례들로, 달리 보면 이들처럼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걸 알려주는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하이브와 민 대표는 이번 다툼에서 결과와 상관없이 양쪽 모두 일정 부분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는 게 많은 연예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비난을 퍼붓는데 급급했던 기자회견과 섣부른 프레임 전환으로 자초한 여론의 역풍 등 분쟁 초반 경쟁이나 하듯이 저마다 수준 낮은 위기 대처 방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우선 민 대표는 '단군 이래 가장 흥미진진했던 기자회견'으로 평가받고 있는 지난 달의 입장 발표가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를 지경에 놓인 것으로 관측된다.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욕설과 비속어, 반말을 섞어가며 갱스터 랩처럼 쏟아낸 "들어올 거면 맞다이" "X저씨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법인카드 뒤져도 뭐 하나 안 나오니까" "제 법인카드 (내역) 보면 야근 식대밖에 없다" "직장인이 자기 사수와 직장을 마음에 안 들어하는 상황에서 푸념은 할 수 있잖나?" 등과 같은 발언은 유튜브를 통한 '날 것'에 환호하는 젊은 세대, 특히 20~30대 사회 초년병들의 가려운 곳을 잠깐이나마 긁어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리 추구를 위한 위기 관리 측면에서 보면 낙제점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제되지 않은 태도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너무 많이 내뱉은 탓에, 여론의 지지와는 별개로 나중에 법적으로 공격당할 빌미를 무더기로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한 지붕 두 가족'인 아일릿이 뉴진스를 따라했다고 주장했다가 최근 아일릿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민 대표의 이른바 '무속 경영'을 문제삼다 역공을 허용했던 하이브 측도 홍보의 ABC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요즘 대중의 어떤 정서적인 반응을 노렸는지는 대략 짐작이 가나, 상대의 사생활까지 건드리는 '째째한 골리앗'으로 스스로를 포장했다는 점에서 절대로 취해서는 안될 전술이었다.

김호중 그리고 그의 소속사와 관련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반성, 재발 방지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과 정중한 사과로 이어지는 단계별 과정을 단 한 개도 밟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로 잘못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또 이걸로 부족해 공연마저 강행했는데, 일반 상품으로 치면 심각한 결함이 드러났는데도 전량 회수 대신 들인 돈을 조금이라도 뽑아내려 찔끔찔끔 시장에서 거둬들인 꼴이었다.

이제까지 만나왔던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고위 관계자들 가운데 홍보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홍보의 본질이 '위기 관리'란 걸 아는 이들은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기가 닥쳐왔을 때 미리 준비해둔 관련 지침을 준수하고 사내 홍보 담당자들의 조언을 따르는 경우는 더 적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인식을 달리 해야 한다. 소를 잃고 나더라도 외양간을 잘 고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을 때다.
조성준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