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이경욱 칼럼] 오토바이 공해, 어디까지 가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701010000722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7. 01. 18:05

'중국 하면 황사'가 떠오르지만, 상하이 공기가 서울보다 깨끗해
상하이에서는 소음 심한 내연엔진 오토바이가 거의 돌아다니지 않아
서울 대단지아파트, 단지내 주행 배달 오토바이로 입주민 민원 많아
이경욱 대기자 사진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1. "상하이에는 오토바이가 없는 것 같아요." 친구가 최근 중국 상하이에 사는 아들 집을 방문하려고 난생처음 그곳을 찾았다. 여행 삼아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다 두 가지 점을 뒤늦게 깨닫고 매우 놀랐다고 했다. 하나는 상하이 공기가 서울에 비해 매우 깨끗한 것 같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부릉부릉 하는 오토바이 소음을 거의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으레 '중국 하면 황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라 상하이의 이런 모습이 생소하게 다가왔다.

상하이에서는 소음이 심한 내연기관 엔진 오토바이가 거의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놀라웠다. 어느 날 길거리에 서 있는데, 뭔가 다가오는 느낌이 들어 돌아보니 오토바이가 슬며시 옆에 와 있었다. 특유의 소음이 없는 오토바이는 처음이었다. 그 이후 관심을 갖고 길거리를 오가는 오토바이를 살펴봤지만 거리에는 소음 유발 오토바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토바이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었다. 가끔 경적소리는 들리는 듯했다. 전기 오토바이가 상하이의 대기 질 개선과 소음 저감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법규 위반 운전은 또 다른 차원의 얘기겠지만….

#2. 언젠가 서울의 대단지 아파트 경비원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단지 안으로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배달 오토바이로 입주민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래서 경비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오토바이 단속에 나섰다. 단속이라고 해봤자 "다음부터는 들어오면 안 된다"고 안내하는 정도다. 권고나 안내 수준이었다. 강제력이 없으니 효과가 있을 리는 없었다.

그런데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이런 제재에 한결같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이상한 생각에 한 운전자를 붙잡고 물었다. 그랬더니 운전자 단톡방에 '입주민이나 경비원이 제지할 때 대꾸하지 말라는 지침(?)이 올라와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경비원이 보디캠을 부착하고 있는 경우 자칫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했다.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겠다는 나름대로의 방침이었다. 그 글 게재 후 운전자들은 입주민이나 경비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쏜살같이 자리를 뜬다는 게 경비원의 말이다. 경비원 단속이 느슨해지고 입주민들도 지쳐가면서 오토바이들은 더 많이, 더 빨리, 더 자주 아파트로 밀고 들어왔다. 배달 횟수를 늘려야 더 많은 수입을 올리기 때문이리라.

#3. "오토바이 공해 정말 심각합니다." 최근 만난 정부 고위 공직자가 식사 중 불쑥 꺼낸 말이다. 오토바이가 교통신호를 마구 위반하는 모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심지어는 인도와 아파트 단지 안까지 밀고 들어오면서 숱한 민원이 야기되고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교통사고 위험이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것은 물론 우리네 삶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도 상하이 사례를 언급했다. 시정부는 꽤 오래전부터 대기 오염 저감 차원에서 가솔린 오토바이의 시내 진입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상하이 시내에서 오가는 오토바이는 모두 전기로 대체됐다. 덕분에 상하이 관광객들은 오래전부터 오토바이 엔진 소음을 듣지 않고 매캐한 매연 냄새를 피하면서 관광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음식 배달 오토바이나 값비싼 오토바이들이 내는 소음, 굉음, 경적소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음식 시장이 확산하면서 더 심해진 듯하다. '오토바이 공해'라는 말이 요즘 많이 퍼져 나오는 것은 거리의 오토바이가 점점 우리의 일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정부는 불법 오토바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어 신고하라고 앱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시민들로서는 역부족이다. 휘리릭 사라지는 오토바이를 무슨 수로 찍느냐는 말이다.

그래서 정부와 정치권이 쾌적한 국민 삶 보장을 위해 상하이에서처럼 가솔린 오토바이를 모두 전기로 바꿨으면 좋겠다. 관련 법령 제정에 앞서 당장 도로와 인도를 무법자처럼 오가는 오토바이들에 대한 지속적이고 전면적인 단속에 나서면 어떨까. 오토바이들이 어린이, 노약자 등 행인이 오가는 인도를 요리조리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 한 지인은 이렇게 푸념했다. "정신없어 죽겠네. 여기가 법질서가 지켜지는 대한민국 맞나?"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