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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30팀 58채 집 통해 살펴본 한국 주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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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4. 08. 18. 10:38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 '연결하는 집'展...내년 2월 2일까지
묘각형주택
박지현+조성학(비유에스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의 '묘각형주택'. /국립현대미술관
2000년대 이후 지어진 다양한 '집'을 통해 한국 현대건축과 주거문화를 살피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다.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건축가 30명(팀)이 지은 58채의 단독·공동주택을 6개 소주제로 나눠 살핀다. 승효상, 조민석, 조병수, 최욱 등 유명 건축가부터 양수인, 조재원 등 중진 건축가, 푸하하프렌즈 같은 젊은 건축가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했다.

첫 섹션인 '선언하는 집'에서는 건축가의 공간 개념과 예술적 형식이 강조되는 집들을 소개한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마운틴'이 대표적인 사례다. 집은 정주하는 곳이 아니라 베이스캠프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진 건축주 부부는 김광수 건축가에게 공사비가 2500만원밖에 없다며 5분 안에 짐을 싸서 바로 나갈 수 있는 베이스캠프 같은 집을 원한다고 했다. 건축가의 결론은 2.5평 비닐하우스 2개와 12평 컨테이너 박스를 결합한 카페 겸 집이었다. 네팔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건축주는 1년에 1∼3개월 정도 이 집에 머무르며 실제 베이스캠프처럼 사용하고 있다.

김광수(스튜디오케이웍스), 베이스캠프 마운틴
김광수(스튜디오케이웍스)의 '베이스캠프 마운틴'. /국립현대미술관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 섹션에서는 4인 가족 기준이 아닌 새로운 가족 개념에 맞춘 집을 모았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묘각형주택'(박지현+조성학)은 반려동물의 삶까지 고려했다. 고양이 두 마리와 2인이 사는 오각형 평면의 이 집은 위생적인 고양이 화장실과 털을 차단하는 막힌 구조의 드레스룸, 고양이 눈높이에 맞춘 창문 등을 갖췄다. 심지어 여러 설계안 중 최종 선택은 고양이가 했다고 한다.
'관계맺는 집' 섹션에서는 단독주택이지만 그 안에 만남의 장소가 있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집들을 살핀다. 승효상, 조민석 건축가가 참여해 잘 알려진 대전대 기숙사 건물도 이 섹션에서 소개된다.

도시 속 작은 집과 고친 집을 소개하는 섹션에서는 서울 서초동의 '얇디얇은 집'(안기현+신민재)이 눈에 띈다. 도로에 면한 폭이 2.5m에 불과하고 가로와 세로 비율이 1:10인 이 집은 이름 그대로 '얇디 얇지만' 지하부터 지상 4층까지 계단과 사다리를 이용해 알차게 생활공간을 꾸몄다. 영국 런던 켄싱턴 가든 내 '서펀타인 파빌리온'을 설계해 주목받은 건축가 조민석의 첫 작품 '픽셀하우스'도 소개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집을 통해 삶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공존의 가치를 되돌아본다"면서 "현대미술의 장르 확장과 함께 건축예술과 삶의 미학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일까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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