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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신 기술기준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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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0. 17. 06:00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에서는 원전을 계속운전 하려면 주기적 안전성 평가를 수행한다. 이때 계통·구조물·기기에 대해서는 최신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 등을 반영한 기술기준을 활용해 평가하고, 방사선환경영향에 대해서는 최신 기술기준을 활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소위 원전 계속 운전 심사 때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원전 계속 운전의 안전성에 대해 의심하는 국민들을 안도하게 하기 위한 선언이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우선 최신 기술기준이 보수적이라고 여겨지지만, 실은 기술적으로 성숙도가 낮았던 과거의 기술기준이 더 많은 공학적 여유도를 포함하기 때문에 더 보수적인 경우가 많다. 최신 기술기준이 항상 더 안전한 쪽으로 보기 어렵다. 둘째, 안전하게 잘 할 수 있는데 국민이 불안해한다는 이유만으로 안전 기준을 높이거나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인가? 안전기준이 낮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라면 높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그게 아니다. 모든 규정을 최신으로 하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불안해한다고 해서 안전기준을 높이는 것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일지 몰라도 과학적이지는 않다.

셋째, 최신 기술기준이라는 말은 애매한 표현이다. 공학적으로는 뜻이 불분명하다. 심사중에 최신 기술기준이 나오면 기준을 또 바꾸겠다는 것인가? 최신 기술기준 가운데 규제기관의 검토와 확인을 거치지 않은 최신 기술기준도 적용해야 한다는 말인가? 최신 기술기준이라는 애매한 표현 때문에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계속운전의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상 규제기관이 모호한 언급을 해놓은 것 때문에 트집을 잡힌 것이다.

기술기준은 주기적으로 갱신되는 것이기 때문에 최신만을 따라갈 수는 없다. 최신 기술기준 가운데 규제기관이 검토해 승인한 것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현행인허가기준(CLB)'이 기술적으로는 옳다고 본다. 자국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최근 원전설계에 사용된 기술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예컨데 현재 시점에서 원전운영은 신한울 1·2호기, 원전설계는 신한울3·4호기가 현행인허가기준이라 볼 수 있다.
유효한 기술기준을 미국 연방법 10CFR54.3의 CLB 개념으로 본다면 △설계 당시에 적용한 기술기준 △설계변경에 활용한 기술기준 △발전소 운영중 규제기관이 추가적으로 요구한 기술기준(발전소별 FSAR에 제시된 기술기준)이 유효한 기술기준으로 볼 수 있다. 최신 기술기준과 관련한 논란은 유럽의 '주기적안전성평가(PSR)'와 미국의 '인허가갱신(LR)'을 우리나라 원자력 안전규제에서 혼용하는 과정에서 불명확한 문구가 법에 반영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2015년 발표된 비엔나 선언은 '가동원전 안전성 강화를 위한 기술기준 변경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합리적이면서 실현 가능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법령을 제정할 때, 용어의 정의에 특별히 따로 기술되지 않으면 국어사전적 의미로 판단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특별히 정의되지 않은 '최신 기술기준' 때문에 수년 간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면 이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의를 내려주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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