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사 만들어 기술 지원 등 가능성
"협업 시너지 강화 땐 삼성에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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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연합보 등 대만 현지언론에 따르면 TSMC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으로 인텔 파운드리 부문 지분 20%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미국 현지언론은 미국 정부가 TSMC에 인텔과의 협업 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제안은 크게 세가지로 알려지고 있다. TSMC가 미국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거나, 미국 합작법인을 만들어 인텔 파운드리 지분을 인수하거나, TSMC가 미국 고객사로부터 따낸 패키징 일감을 인텔에 넘기는 것이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는 안은 TSMC가 인텔 지분을 갖는 합작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인텔 파운드리 회생을 위해 TSMC가 자금·기술을 투자하는 방식인 셈이다. 업계에선 TSMC가 인텔의 파운드리 공장을 인수해 운영권을 갖는다면, 인텔이 반도체 사업에 겪은 자금난과 기술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인텔은 지난 2010년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개발에 실패하며 고객사들의 신뢰를 잃은 바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TSMC-인텔 동맹' 시나리오가 완성될 경우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에 주목한다. 현재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64.9%로 1위, 삼성전자가 9.3%로 2위다. 인텔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이 TSMC로부터 기술을 지원받으면 삼성전자를 추격할 발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TSMC가 인텔 파운드리에 고객사 물량을 넘겨줄 경우도 삼성전자엔 악재가 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업계 판도를 바꿀 태풍까지는 안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인텔 파운드리 실적이나 기술력이 미미한 상황에서 TSMC와 합친다고 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점에서다. TSMC가 인텔에 기술을 전수하더라도 범용 레거시 공정 위주일 가능성도 나온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는 "TSMC는 2나노 이하 첨단 공정을 자국 팹에서만 운영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 인텔 공장에선 4~7나노 이상 레거시 공정을 중심으로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파운드리는 첨단 공정에서 AMD,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유명 팹리스(설계 전문) 중 하나라도 잡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