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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기술기업들 ‘중국 엑소더스’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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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극 기자

승인 : 2025. 02. 18. 09:36

미·중 패권경쟁 '반도체'탈중국 러시
'중국 아니면 어디든' 새로운 현상으로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 대체지로 각광
TOPSHOT-CHINA-ECONOMY-TRADE
지난 16일 중국 상하이 양산 심수항에서 1척의 선박과 크레인이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다. /AFP 연합뉴스
미·중 간 관세전쟁 등 갈등이 고조되면서 서구 기술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중국 엑소더스'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해 다른 국가의 공급망을 추가로 확보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추진해왔는데, 최근엔 아예 중국에서의 생산을 포기하고 동남아시아로 떠나는 탈중국 러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 간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젠 '중국 아니면 어디든(Anything But China·ABC)'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분야인 반도체 관련 제품에서 두드러진다. 과거 중국은 글로벌 서버 생산의 중심지였지만 2022년 10월 미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한 이후, AI 서버 조립은 멕시코와 말레이시아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 이런 ABC 현상은 과거 제품 조립 공정을 중국 밖으로 옮기는 공급망 다변화에 그치지 않고 센서, 인쇄회로기판(PCB)등 핵심 부품 생산 공장까지 이전하는 단계여서 영구적인 흐름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530억 달러 규모의 'CHIPS ACT(칩스법)'에 따르면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을 확장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나 관련 공급업체들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전력 시스템과 기타 부품을 제조하는 어드밴스드 에너지 인더스트리스는 오는 7월까지 중국 내 3번째 공장을 마지막으로 폐쇄할 것이라고 지난 달 밝혔다. 덴버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지난 2년간 생산 시설을 중국에서 필리핀과 멕시코로 이전해왔다.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60개 이상의 응답 기업 중 30%가 제조시설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거나 이미 이전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기술 및 연구·개발(R&D) 기업의 약 25%는 공급망 이전을 이미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동남아시아가 서방 기술 기업들이 최첨단 반도체, AI 서버 및 소비자 전자제품 생산·조립을 옮겨가는 대체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 인텔,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휴렛패커드는 태국에 노트북 조립 공장을 추가했다. 또 말레이시아 페낭 지역의 공장에서는 최첨단 AI 서버가 생산되고 있다.

중국에서 이전되는 공급망의 가장 큰 수혜국인 베트남은 반도체 산업의 투자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AI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는 베트남에 R&D 센터 설립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의 여러 기업들도 해외 이전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방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해외에 자회사와 공장을 설립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강력한 제조 인프라, 공급망, 노동력 생태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고 WSJ은 전했다. IDC 애널리스트 마리오 모랄레스는 장기적으로 생산라인을 다른 나라에서 새롭게 구축하는 것은 더 큰 비용과 위험을 수반한다면서 "기술 공급망의 가치는 이미 1조 달러를 넘어섰고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이동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효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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