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와 가격 상승 등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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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에 따르면 경기 둔화, 절제된 정치 분위기와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명품 브랜드가 시대에 뒤처졌다는 인식이 맞물리면서 최근 몇 년간 명품 업계를 이끌었던 성장세가 꺾였다.
또 명품 가격이 급격히 오른 것도 소비자들의 명품 사랑을 시들게 했다. 상하이 컨설팅 업체 야오크 그룹에 따르면, 2022년까지 3년간 중국 내 명품 핸드백 평균 가격은 32% 이상 올랐다.
컨설팅 업체 베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20% 축소됐다. 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주로 중국)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고 밝혔다. 구찌의 모회사 케링도 같은 기간 24% 하락했으며, 주가도 지난해 약 30% 하락했다.
중국 내에서는 일부 브랜드가 매장을 폐점하거나 신규 오픈을 미루고 있다. 구찌는 지방 도시에서 최소 두 개의 매장을 닫았으며, 베이징 싼리툰 지역에서는 LV 로고로 감싸진 건물이 몇 달째 개점하지 않은 상태다. 인근에는 디올과 티파니 로고가 새겨진 건물도 문을 열지 않고 있다.
고객의 문의를 무시하던 일부 명품 브랜드 직원들은 이제 직접 연락해 신제품을 홍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중국 소비자들은 일본으로 명품 쇼핑을 떠나고 있다. 엔저 현상 덕분에 일본에서 일부 제품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에서 명품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지만, 명품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들 브랜드에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수입 박람회에서 LVMH는 루이비통을 비롯한 14개 브랜드의 제품을 전시하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LVMH의 사무총장 마크 앙투안 자메는 "우리가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중국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명품 브랜드들은 30여 년 전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부상하는 중산층과 상류층에게 명품 가방, 벨트, 신발, 정장은 부를 과시하는 상징이었다. 이제 상황은 반전됐다.
베이징의 한 노동중재 회사에서 근무하는 셰웨이나(45)는 "경기가 둔화하면서 명품이 더 이상 예전처럼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유럽 브랜드 제품들이 점점 비슷해 보이는 데 반해, 중국 브랜드 송몽트(Songmont) 같은 곳에서는 더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품질과 디자인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베이징·상하이 같은 대도시가 아닌, 그 외 지역의 중산층 소비자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상하이푸둥발전은행(SPDB) 인터내셔널의 애널리스트 리처드 린은 "지난 10년간 중국 명품 시장 성장은 중산층 확대에 의해 주도되었다"며 "만약 경제가 계속 악화된다면, 중국 중산층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