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일원화 요구 등 닛산 자존심 자극
미쓰비시차, 일찌감치 합류 포기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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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혼다와 닛산의 경영 통합이 결렬된 배경을 17일 세 편에 걸쳐 집중 보도했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23일 경영 통합을 위한 기본 합의를 체결하며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불과 50일 남짓 지난 이달 13일 서로 약 20㎞ 이상 떨어진 곳에서 합의서 파기를 따로 발표했다.
미베 토시히로 혼다 사장은 13일 오후 5시경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공동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이 아니라 닛산을 완전 자회사화하는 강경책을 타진한 이유에 관해 "합의가 철회될 가능성도 생각했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통합이 느리게 진행돼 심각한 상황에 빠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약 1시간 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자회사화에 관해 "닛산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자회사화가 실현되면 혼다가 닛산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닛산 경영진은 "미친 판단"이라며 분개했다. 우치다 사장 역시 기자회견에서 "양사 모두 역사가 깊다"며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그는 "전기차(EV)로 앞서가는 회사가 있고 시대는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며 "회사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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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무산의 계기가 된 것은 자회사화 문제뿐만이 아니다. 혼다는 닛산에 구조조정 단행을 요구했다. 아울러 닛산의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HV) 시스템인 'e파워'를 버리고 혼다의 HV 시스템으로 일원화할 것을 제안했다.
혼다 입장에서는 자사 시스템의 판로를 확대해 양산 효과를 높여 결과적으로 닛산의 조달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닛산의 선택과 집중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지만 이 제안은 한때 '기술의 닛산'을 표방했던 닛산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현실적으로 닛산은 EV 양산에서는 세계 선두권에 있지만 HV 분야에서는 도요타나 혼다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e파워 엔진 차량은 정숙성과 가속력이 뛰어나지만 도요타나 혼다의 HV에 비해 고속도로 연비 성능이 떨어져 국토가 넓어 장시간 고속 운전이 일반적인 미국에는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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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토 사장은 올해 1월 옛 미쓰비시 재벌에 근간을 둔 기업 사장들의 친목단체 '미쓰비시 금요회' 모임에서 "사실 (그 기자회견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올해 들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미쓰비시차는 일찌감치 합류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미쓰비시차의 주주인 미쓰비시중공업 등 미쓰비시그룹의 의중도 고려한 판단이었다.
미쓰비시차가 동남아 시장에서 강하고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차(PHV) 노하우가 풍부하기 때문에 혼다는 기대가 컸다.
혼다는 미쓰비시차를 밀어주기 위해 당초 설립을 검토했던 공동 지주회사에 미쓰비시그룹사의 출자를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의 '본진'은 미쓰비시차라는 관측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