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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강, 치수(治水)에서 친수(親水) 공간으로 전환 속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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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2. 27. 06:00

남진
남진 서울시립대 교수
서울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한강은 오랜 세월 시대에 따라 역할이 변화해왔다. 조선시대의 한강은 농업과 생활을 위한 중요한 수자원이자, 동시에 홍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치수의 대상이었다. 강 주변에는 제방이 구축됐고 국가 차원의 하천 관리가 이뤄졌으며, 이는 당시 경제와 행정의 중심지로서 한양이 안정적으로 기능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근대와 현대에 들어서면서 한강의 역할은 보다 확대됐다. 20세기 초반부터 한강의 교통 및 산업적 활용이 증가했고, 1962년 '공유수면매립사업'을 통한 택지를 조성해 아파트지구를 형성했으며, 1970년대에는 강변을 대대적으로 개발하는 '한강개발3개년 계획'을 통해 한강변을 따라 자동차 전용도로를 건설했다. 이러한 한강 개발 과정에서 여의도, 잠실 등이 도시의 새로운 중심지로 변모했다. 당시 한강은 성장과 발전을 위한 자원으로 인식됐으며, 이를 통해 서울은 빠르게 현대적인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강이 단순한 도시 개발의 수단을 넘어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스며들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80년대 이후 한강 종합개발 사업을 통해 강변이 정비됐고, 2000년대 들어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한강공원이 조성되면서 레저와 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 유수 강들의 개발 과정과도 맥을 같이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아이 강(IJ River) 재개발'이 대표적인 해외 사례다. 과거 산업항이었던 이 지역은 친환경 도시 개발을 통해 시민들이 쉽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변모했다. 일본 도쿄의 스미다강도 치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산책로와 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의 여가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국 런던의 템스강변 개발 역시 역사적 건물과 현대적 친수 공간을 조화롭게 조성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강의 미래를 고민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과거의 치수와 개발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시민 친화적 공간으로 조성해 공공재로서 한강의 가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현재 한강공원은 많은 시민들이 찾는 문화·여가공간임에 틀림없지만 찾아가기에는 여전히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따분한 아파트촌을 지나 토끼굴을 건너야 비로소 한강에 도달할 수 있다. 접근성과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할 때가 왔다.

한강의 변화는 단순 물리적 변화를 넘어 도시와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이기도 하다. 과거 치수 위주 정책에서 현대의 레저·문화 공간으로의 발전까지, 한강은 우리의 삶과 함께 변화해왔다. 앞으로도 한강이 더욱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친수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더 나아가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 또한 변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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