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필수의료 사망사고 ‘반의사불벌’ 검토…의료진 부담 던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306010002507

글자크기

닫기

서병주 기자

승인 : 2025. 03. 06. 15:22

정부,'의료사고 안전망 구축방안' 발표
의료사고 심의위 신설…신속·전문성 기반 수사
환자단체 "기소 축소 따른 권리 침해 우려"
KakaoTalk_20250306_120445677
6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 과장이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서병주 기자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 유족의 동의가 있다면 사법처벌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반면 환자·시민단체에서는 사망사고에 대한 반의사불벌 적용이 법적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6일 보건복지부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진행된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방안'을 공개했다.

안전망 구축방안은 △소통과 신뢰 중심의 분쟁 해결 지원체계 확립 △신속·충분한 배상을 위한 공적 배상체계 강화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형사체계 개선 등 세 가지 핵심 과제로 구성됐다.

우선 정부는 형사체계 개선을 위해 의료계와 법조계에서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칭)'를 신설한다. 검찰 및 경찰 등 수사 기관이 사건 접수 30일 내로 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하면 150일 내로 중대 과실 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중대 과실이 아닌 의료사고에는 기소 자제를 수사 기관에 권고하고, 기관에서는 이를 존중하도록 법제화한다.

강준 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 과장은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경우, 최종 결정까지 5년이 걸리는 등 3~5년이 소요되는 사례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의료 사고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못한 수사 체계에서 의학적 전문성에 기반한 신속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 속 필수 의료진의 보호 강화를 위한 정책도 마련한다. 정부는 환자와 의료진 간 조정 성립 및 합의 여부에 따른 '반의사불벌'을 폭넓게 인정한다. 사망사고는 그 중대성을 고려, 필수의료에 한정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분쟁조정 제도의 혁신도 예고했다. 이를 위해 피해자를 대상으로 사망·중상해 사건을 지원하는 '환자 대변인'을 신설하는 한편, 의료인 전문 상담 지원을 확대한다.

배상 강화를 위해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 한다.기존 개인 배상 부담 구조에서 기관이 맡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환자를 대상으로는 1000만원 미만 배상액이 나온 경우, 보험사와 의료배상공제회 등의 자체 심사로 30일 내 배상하도록 하고, 공적 배상기구 신설도 검토할 계획이다.

강 과장은 "의료개혁 특위 논의를 통해서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마련했다"며 "향후 의료 분쟁 조정법 개정을 위한 국회 논의와 입법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KakaoTalk_20250306_120426075_01
6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사고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이 발언하고 있다./서병주 기자
다만 환자단체와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중대 과실의 기준이 불분명한데다 기소 축소에 따른 환자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연평균 754.8건의 의사 기소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실제 연평균 의사 기소는 30~40건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기관에 따라 연평균 의사 기소 건수가 달라지는 현재, 의사들이 처한 사법리스크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고 특례를 제공해야 한다"며 "형사 체계 개편으로 불기소 처분의 남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만성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의료진에 대한 형사 특례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료사고심의회의 역할을 명확히 정하고, 기본적인 원칙 안에서 환자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해외에 비해 의사 기소 건수가 많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성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교수는 "검찰청에 의사가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기소되는 사례는 1년에 780건 정도"라며 "영국·미국·프랑스·일본 등 해외 사례를 보면 1년에 형사 기소되는 의사 건수가 3~4건에 불과한데, 국내 기소가 과도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더 줄어들면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는 악순환이 연출된다"며 "결국 의사도 국민도 모두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서병주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