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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미래에셋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는 주문 체결 조회가 1~2분가량 지연되는 전산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주문이 체결됐음에도 예수금 잔고나 보유 주식 현황에 대한 반영이 지연돼 투자자들이 혼선을 겪은 것이지요. 투자자들은 주문 체결이 되지 않은 것으로 오인해 재주문을 넣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보유한 잔고가 없다는 메시지가 뜨기도 해 당혹스러움을 겪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날 키움증권에서도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실시간 시세 조회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은 것인데요. 금전적인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사용자마다 발생한 오류의 형태가 달랐던 만큼 이를 모두 파악해 해결하는데 시간이 다소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복수 거래소 시대가 열리며 투자자 편익을 도모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잠시, 잇따른 전산 오류로 '시스템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사소한 오류였다 해도, 증권사와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하락이 우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걸까요. 지난 6일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에 이번 전산 오류 사태와 관련해 발생 원인과 피해 현황 등을 요구했습니다. 두 건 모두 10분 이내의 전산 업무 지연으로 전자금융사고에 해당하지 않아 보고대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자금융거래법상의 위규 행위가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특히 최근 증권사들이 ATS 도입에 따라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한 만큼, 경미한 건이라도 유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게 금감원 측의 판단입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두 건 모두 자동주문전송(SOR) 시스템 등 ATS와 관련된 오류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지만,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할 예정"이라며 "내부 프로세스상의 문제나 허점 등이 있는지도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증권거래시장에서 이처럼 제도가 크게 변경된 건 처음이다 보니, 시스템 개편으로 인한 크고 작은 오류는 예고됐던 일이기는 합니다. 선진 자본시장으로 나가는 성장통일 수도 있고, 경미한 오류에 따른 경각심으로 더 큰 금융사고를 막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겪는 혼란과 피해가 당연시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안 그래도 대체거래소 출범이 급하게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증권사 스스로가 대응력을 키워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지켜낼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