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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제주 4·3 77주년…고사리손이 수놓은 동백꽃에 ‘영령들 편안한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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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완 기자

승인 : 2025. 03. 30. 10:12

제주교육청 44·3평화·인권교육주간 교과과정 매년 운영
체험과 뮤지컬 공연, 동백꽃 굿즈 등으로 공감대의 시간
이경란 교사 "초등생들의 공감·위로, 희생자와 유족에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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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동백나무군락지에 떨어진 동백꽃을 제주도 지도처럼 모았다. 동백꽃 송이처럼 떨어진 1만 5000여 4·3희생자와 9만5000여 유가족을 그리며 넋을 기렸다./부두완 기자
역사와의 동행은 공감이 우선이다. 그리고 함께 걷는 이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스며들 때 비로소 역사의 가치가 공유되며 평화가 생긴다.

제주도 초등학교는 타 시도와 다른 교과과정이 있다. 4·3을 기리고 역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교육프로그램 주간이 있다. 4·3 은 올해가 77주년이 되는 해이다.

올해도 제주도교육청(교육감 김광수)은 3월 10일~4월 5일 '4·3 평화·인권교육 주간'을 운영한다. 학교마다 현수막 내용을 먼저 학생들 대상으로 제주어로 공모하여, 당선작을 학교 현관부터 학교 정문에 걸어 놓는다. 매우 특별한 의식이다. 그리고 추념식 생방송 시청, 교과 연계 수업 등을 진행한다.

서귀포시 성읍초등학교(교장 강수연)는 교과과정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사리 손으로 동백꽃을 수 놓으며 4·3에 대한 역사 인식과 평화로운 미래의 삶을 이야기하는 수업이 이루어진다. 다른 학교들도 학교마다 다양한 수업방식으로 4·3을 추모하는 평화·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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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 본관에 설치된 4·3특별전시관이다. 배미경 장학사(오른쪽)와 이경란 신제주초등학교 교사가 공모에 당선된 학생들 작품을 감상하며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부두완 기자
제주도교육청 변온화 연구관과 백미경 장학사, 그리고 신제주초등학교 이경란 교사와 4·3교육관련 정책과 일선 학교 교과과정에 대하여 좌담을 했다.

변온화 연구관은 "제주 4·3의 의미를 확산하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함양하기 위한 '2025년 4·3 평화·인권교육 운영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운영기간은 3월 10일부터 4월 5일까지" 라며 "학교는 교과 연계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활용해 최소 2시간 이상 4·3 수업을 실시한다. 그리고 온라인 추모관 추모, 4·3 추념일 당일 조기 게양, 4·3 유적지 답사도 실시한다"고 했다.

백미경 장학사는 "전국 시도교육청에 4·3 평화·인권교육 주간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찾아가는 제주 4·3 문학 이야기 수업을 운영하고, 4·3 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제를 도입하여 세대간 어우러지는 교육적 의미를 두었다"고 말했다. 이어 "확장성 있는 사업을 위해 학교 현장 지원과 학생 성장 프로그램으로 제1기 4·3 평화·인권교육 학생 참여위원회가 구성된다. 특히 역량 강화 연수와 홍보 활동을 진행하며, 9월 21일 세계 평화의 날 행사도 운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제주초등학교 이경란 교사는 창천초등학교 재임당시 2학년 이지안 어린이가 한 장의 그림을 보여 주며설명했다."창천초 2학년 친구가 그린 그림이구요. 학기 초 학부모상담에서 '우리 아이가 4·3교육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4·3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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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평화·인권교육주간 수업에서 서귀포 창천조등학교 2학년 이지안 학생이 그린 그림. 제주어로 '을큰허게(억울하게)간 소중한 생명 또똣ㅤ한(따뜻한) 평화로 피어나라' 글과 그림이 창천초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울림을 주었다./이경란 교사
4·3을 죽음 그리고 아픔으로 바라 보는 아이었어요. 그런데 한해 동안 우리 친구들과 4·3을 통해 평화의 이야기를 나누자 어느 날은 우리 친구가 집에서 이 그림을 그려서 부모님께 보여 드렸다고 했다. 어린이는 아픔의 역사이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 수업으로 그 친구에게도 저에게도 치유와 위로를 주는 작품이었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43관련 뮤지컬도 20분물로 각색하여 공연을 올렸다고 한다. 대본 내용은 당시의 상황이 한눈에 보였다. 특히 속숨허라(듣고 본 이야기 아무리 부당하여도 아무말 하지 말라! 그래야 산다)는 그 시대의 현장을 제주어 한마디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권력의 명령을 거부하며 아무죄없는 사람들을 죽일수 없다는 문형순 경찰서장의 인권과 국민보호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이 교사는" '부당함으로 불이행'이라는 말이 우리 반 유행어가 될 정도로 아이들은 그 말을 마음에 새겼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리 힘이 센 사람의 말이라도 평화를 해치는 상황에선 아닌 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한다는 걸 아이들에게서 느꼈다. 특히 9살 아이도 문형순 서장님 처럼 용기내고 싶다는 눈의 반짝임은 뮤지컬 교육의 큰 효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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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000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4·3평화공원. 공원 추모탑을 둘러싼 기념비에는 희생자 이름과 당시 출생지, 생년월일과 나이가 적혀 있다./부두완 기자
기자는 4·3 유가족이다. 양쪽에서 피해를 본 가족이다. 그 누구도 우리의 유가족을 보듬지 않고, 해마다 쏟아지는 정치적 유불리 망언으로 유가족들 가슴에는 큰 멍울이 들어선다.

국가는 영령들에게 사과 했다. 그리고 2014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다. 지난해 국가가 직권으로 재심을 신청하여, 기자는 유가족으로 법정에 참석했다. 검사도 고개숙여 사죄했고, 판사도 울면서 판결했다. 참석자와 방청객들은 눈물바다를 이뤘다. 이 자리는 국가와 대한민국 법령이 사과와 반성을 하는 자리였다. 더 이상 무슨 논란이 필요할까.

혹자들은 시대적 아픔이라 한다. 그러나 유가족은 시대적 아픔이 아닌 청천벽력 같은 억울함이고, 77년간의 고통이다. 유족들이 위대한건 용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용서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힘듬을 내려놓기 위함이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으로 다시 폄하 한다면 유가족들은 다시 아프다.

지난해 한강 작가가 '작별하지 않는다' 등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노벨상은 그 누구도 작별하지 않는 인간의 감정을 담아낸 것이다. 찢어지는 삶에서도 그 아픔과 작별하지않은 인간의 근본을 가장 숭고하게 그려낸 사랑의 표현일 것이다. 모두가 이러한 역사를 보듬고 나갈 때 평화가 깃든다. 그리고 평화의 섬이 된다.

4·3평화·인권교육주간은 제주 학생들이 4·3을 이해하고 역사를 배우는 현장이다.성읍초 학생들이 고사리손으로 만들어준 동백꽃 굿즈는 어린이들도 작별하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린학생들이 꽃 잎, 한 잎, 한 잎을 만들어 낼 때 마다,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평화가 고사리들 손에서 나오고 있다고 .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김경학 도의원은 이 정성스러운 마음의 큰 선물을 들고 지역의 4.3유적지 앞에 동백꽃 굿즈를 올려놓았다. "제주도 어린이들이 4·3영령들과 유족들에게 이별하지 않고, 영원토록 기억하는게 가슴이 뭉쿨하다. 평화의 깃발을 들고 평화의 성지를 이어가는 어린학생들은 우리 제주의 근원이자 가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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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평화·인권교육주간 교과프로그램에서 성읍초 학생들이 만든 동백꽃 굿즈./부두완 기자
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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