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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캠프페이지는 아이들의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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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4. 01. 11:46

빚이 될 것인가, 빛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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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양 (강원교육사랑학부모연합 대표)
춘천에 정착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네 아이를 낳아 키우며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좋은 환경 덕분인지 아이들도 예쁘게 자라 주었다. 아이들이 자라고 살아갈 도시이기에 춘천의 발전과 미래에 대한 관심이 크고, 특히 춘천역 앞 캠프페이지 개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리 집 리모델링보다도 더 기다려지는 프로젝트다.

그런데 작년부터 "아파트가 들어선다", "대형 컨벤션과 상가가 건설된다", "VFX 기업체를 유치한다" 등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미 시민들과 협의를 통해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된 곳인데,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참으로 의아하다.
춘천은 '호반의 도시'라는 별칭을 가진 곳이다. 도시이면서도 자연을 품은 사랑스러운 곳이다.
남춘천역과 춘천역은 거리상 멀지 않지만, 각각의 특색을 살려 조성되어 있다. 남춘천역은 고층 아파트가 늘어서며 신도시다운 모습으로 강원도 수부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었고, 춘천역은 강을 끼고 자연을 품은 모습 덕분에 많은 관광객과 타지인들의 로망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 춘천역 근처에 대형 컨벤션과 고층 근린생활시설, 기업 빌딩 숲을 조성하는 것은 춘천만의 독창적인 경관을 해치는 일이다. 나는 전원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를 상상했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발 계획은 춘천다움을 잃어가는 방향으로 보여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캠프페이지는 흔히 '금싸라기 땅'이라고 불린다. 단순히 비싼 땅이라는 의미 정도가 아니라, 춘천의 중심이자 상징적인 공간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곳을 난(亂) 개발해 산업체를 유치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종합적인 도시계획 없이 개발하면 도시구조가 무분별하게 망가질 수밖에 없다.

한번 잘못 개발되면 돌이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춘천에는 이미 여러 곳에 산업단지가 추진 중이지만, 이들조차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상업지구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전략 없는 난개발에 불과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개발인가?

부동산과 상권 문제는 춘천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이다. 도청이 거두리로 이전하게 되면 중앙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캠프페이지를 공원화하면 오히려 활력을 되찾을 수도 있다. 서울 청계천이 복원된 후 종로 일대의 시장들이 활성화된 사례처럼, 춘천도 공원과 문화, 먹거리, 볼거리가 있는 도시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공무원들이 6시 퇴근하면 도시가 금세 조용해지지만, 공원이 조성된다면 시민들이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캠프페이지에 VFX(시각효과) 영화산업체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은 우려스럽다. 현재 중앙로만 봐도 낡은 건물과 공실이 많고, 단독주택들도 방치되어 있다. 춘천시가 행정적 지원을 통해 이런 공간들을 영화산업과 연계한다면 오히려 더 바람직하게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된다. 굳이 캠프페이지가 아니어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은 전국적인 인구 감소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으며, 춘천 역시 개발 방향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반드시 지금 개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춘천시의 주택보급율은 104%가 넘었다(2024년 기준).
시간이 지나 인구가 늘고 도시가 성장할 때, 혹은 정말로 춘천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대규모 투자자가 나타났을 때 개발해도 늦지 않는다.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최소한의 땅은 남겨 두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춘천시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대출받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누가봐도 천문학적인 금액인데, 공청회 사업설명회에서는 '재정적인 부분은 충분히 충당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루 이자만 해도 얼마인데, 본인 돈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것 같아 개탄스러웠다.

이는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빚을 떠넘기는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현재도 레고랜드, 중도 개발 문제로 인해 지역사회가 어수선한데, 또다시 막대한 자금을 들여 새로운 개발을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다.
시민들과 오랜 시간 논의하며 계획한 원안이 있다. 캠프페이지는 시민 전체의 땅이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의 땅이다. 춘천시는 시민들의 마음과 미래를 짓밟지 말고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길 바란다. 캠프페이지가 미래의 빚이 아니라 빛이 되도록 훌륭한 가교역할을 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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