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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강력한 민생 확대재정으로 만성적 내수불황 타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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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4. 03. 18:03

송두한 경기대 겸임교수(前 NH금융연구소장)
송두한 박사
송두한 경기대 겸임교수(前 NH금융연구소장)
한국경제는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이 잠재성장률 하락을 견인하는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경제성장률은 2023년에 1.4%로 주저앉은 이후 2%대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흐름을 보인다. 그나마 작년에는 내수 공백을 수출로 메우며 2.0% 수준에서 턱걸이했지만, 올해에는 다시 1%대 성장 궤도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저성장 쇼크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면 코로나 이전의 성장 균형(3% 안팎)으로 돌아갈 길이 막히게 된다.

한국경제는 1956년 대기근 사태 이후 지난 70년 동안 '2%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한 적은 단 다섯 차례뿐이다. 그것도 4번의 사례는 경제위기와 관련이 있다. 1980년 2차 오일쇼크(-1.6%) ▲1998년 IMF 외환위기(-5.1%) ▲2009년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사태(-0.7%) 정도인데, 이때에는 단기 충격 이후 강한 상승 복원력을 보인 바 있다. 즉, 정상경제 하에서 발생한 저성장 쇼크는 '2023년 1.4%'가 유일한 셈이다.

작금의 경제 상황을 보면, 그간 경제학 교과서에서 저성장 담론 정도로 치부되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더 이상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잘 나가던 일본경제는 버블붕괴를 경험한 1991년부터 본격적인 제로 성장의 늪에 빠졌는데, 이후 35년 평균 성장률이 0.7%에 불과하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가 꺾어진 1994년을 기준으로 보면, 평균 성장률은 0.4%까지 낮아진다. 최근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 환경을 살펴보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발 관세전쟁에 발목이 잡힌 수출경제도 그렇고, 만성적 소비 불황의 늪에 빠진 내수경제도 그렇다.

우리나라 수출경제는 급격한 수출구조 변화로 G2 리스크에 취약해진 상태다. 미·중 무역전쟁의 한복판에서 수출의 중심추가 미국으로 기울면서 대중국 수출충격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국 수출비중은 2021년 25.3%에서 2024년 19.5%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대미국 수출비중은 14.9%에서 18.7%로 급증했다. 특히, 대중국 무역수지는 2023년 -180억 달러, 2024년 -69억 달러 등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사상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수출이 늘어도 수지구조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견 보기에는 미국 수출로 중국의 수출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매우 단선적인 수출 전략이다. 미국발 관세전쟁이 현실화되면, 수출경제는 양대 축(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무너지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내수경제는 구조적 소득충격이 만성적 내수불황으로 이어지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태다. 내수경제의 현주소는 지표 몇 개만 보면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소매판매'(불변지수)는 2021년 5.8% 성장한 이후에 내리 3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1995년 이후 소매판매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사례는 1998년 외환위기(-16.3%), 2003년 카드 사태(-3.2%), 2020년 코로나 사태(-0.1)뿐이다. 근로자의 실질임금(전산업 월평균 임금)도 2년 연속 역성장(2022년 -0.2%, 2023년 -1.1%) 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고, 2024년에는 0.5%로 겨우 역성장을 면하는 수준에 그쳤다. 중산층과 서민경제는 실질임금이 성장률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구조적 소득충격에 빠졌음을 보여준다.

설상가상으로 건전재정발 세수펑크 충격이 장기화되면서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여력도 상당 부분 소진된 상태다. 지난 몇 년간 무질서한 재정 운영이 민생긴축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세수펑크 ▶민생긴축 ▶소비 불황 ▶저성장 쇼크 ▶추가 세수펑크로 이어지는 악순환 경제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중장기 균형 재정의 틀 안에서 강력한 민생 확대재정을 추진해 만성적 내수 불황에 진입하는 길목을 차단하는 것이다. 진짜 건전재정은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을 풀어 민생을 살려내고, 경제 활력을 복원해 다시 곳간을 채무는 전문 역량을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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