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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방송인 정유나 “남쪽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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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완 기자

승인 : 2025. 04. 23. 16:15

지난 3월과 4월 순복음노원교회서 생생한 간증
"북한 인권과 주민 그냥 방치하면 영원히 남남된다"
"혼자서 탈북할때 어머니의 남몰래 배웅 잊지 못해"
"남한은 수능지옥, 북한은 신분에 따라 대학에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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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탈북방송인 정유나씨가 순복음노원교회 금요 철야예배에 참석해 신앙 간증을 했다. 왼쪽부터 서옥인 목사, 이흥섭 장로, 유재필 원로목사,정유나씨, 이기선 장로가 간증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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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방송인 정유나 씨가 간증하고 있다. 그녀는 남쪽에서 태어난 그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 했다./순복음노원교회
탈북 방송인 정유나 씨의 입담은 단연 으뜸이다. 채널A 예능 '이제는 만나러 갑시다' 문효정 작가는 그 에 대해 "재치있는 입담이 최고다,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라고 했다.

그녀가 지난 3월 7일과 4월 18일 두 번에 걸쳐 순복음노원교회에서 자신의 인생과 속깊은 탈북 내막을 털어 놓았다.

정 씨의 탈북 동기는 남쪽 드라마 시청에서 시작됐다. 집안은 나름 북한에서 살만한 집이었다. 당시 아버지 돈 1200달러를 훔쳤다. 일반 주민은 꿈도 못꾸는 큰 돈이다. 아버지가 어느 정도 권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그래서 정 씨는 사상적으로 매우 무장되어 있었다. 송승헌 배우를 보기 전까지는.

어느 날 화교 집안 친구가 집에 가서 남한 드라마를 보자해서 그때 처음 송승헌을 봤다. 18년간 받은 세뇌 교육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정 씨는 이후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달님 남한에 가게 해주세요."

부모 몰래 탈북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뒤에서 누가 붙잡았다. 뒤를 돌아보니 바로 어머니였다. 아무 말 없이 기차역까지 나와 딸을 배웅했다. 어머니도 할아버지와 함께 제주 극동방송을 청취하며 남한 사회를 다 알았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붙잡히지 말라!"며 배웅했다. 그녀도 붙잡히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사이나(독약)를 몸속에 지니고 다녔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북한에서 처벌 받는것을 알면서도 딸에게 자유의 길을 터주었다.

서울 노원구 순복음노원교회에서 그녀는 "남한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자체가 축복이다. 내가 탈북해 살고있는 대한민국은 축복"이라며 3시간의 간증을 시작했다.

2006년 3월 그녀의 나이 19세에 자강도에서 탈북했다. 대학 강연을 자주 다니면서 북한이 저주의 땅이 된 것은 남한처럼 자유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특히 지주의 땅을 빼앗아 잠시 나눠 줬다가 다시 회수하면서 부터 북한 인민들의 고통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때부터 증조부, 조부 이름은 몰라도, 김부자의 가계도와 생일을 다 알아야 하는 세뇌교육을 받았다.

북한에는 김부자 동상만 3만 8000개가 넘는다. 하루 빨리 북한 정권에서 고통받는 주민들의 인권회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독일은 30년 만에 통일이 됐지만 아직도 서로에게 앙금이 남았다. 그런데 남북은 벌써 80년이다. 100년이 넘으면 한민족이 아니라는 논리다. 언어, 식습관, 사회적 환경, 정치문화가 매우 달라져 한민족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면서 남한 내에서도 통일이 안된다며 말문을 잠시 내려놨다. 이어 북한의 현실을 자녀들에게 알려 달라며 절절하게 호소했다. "북한 사람들은 순수하다. 이유는 외부세계와 철저히 단절되어 세뇌 교육이 먹혔다"는 말에서는 먹먹함이 묻어났다. 그러면서 세뇌된 그들을 위해 10초만 기도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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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방송인 정유나 씨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간의 탈북과정과 향후 북한 사회 인권회복을 이야기하고 있다./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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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저녁 탈북방송인 정유나 씨가 두 번째 간증에 앞서 순복음노원교회 담임목사실에서 교회 목사 등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 씨는 남한에서 태어난 것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다. 만약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어떨까요라며 남북한 환경이 매우 다름을 재차 강조했다.

신앙을 가지면서 '평안'이란 단어를 알게 됐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했다. 북한 사회가 김씨 3부자로부터 벗어나는 날까지 기도하겠다며 울먹였다.

자기 탈북과정과 가장 잘 맞는 성경 말씀은 에베소서 5장 8절이라고 했다. '너희가 전에는 어둠이더니, 이제는 주안에서 빛이라…'며 말은 하는 사람에 달려 있는게 아니라 듣는 자의 몫이라고 했다.

정 씨에 따르면 북한에는 52개 계층이 태어나면서 존재한다. 남한은 '수능지옥'이라지만 북한은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대학에 배치 된다. 본인도 아버지덕에 김정숙(김일성 첫 부인)교원대학 음악교육과에 배치됐고, 부전공으로 영어를 배웠다.

그는 간증을 이어가면서 아버지 중심의 권위적인 북한 사회와 남한을 쉽게 정리했다. 그의 가족은 다행히도 아버지, 어머니, 오빠가 5년에 걸쳐 모두가 탈북해 남한에서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 탈북 당시 어머니는 37kg이였는데 현재는 다이어트 때문에 있어도 먹지 못한다며 풍족해진 삶을 얘기했다.

정 씨는 인터뷰에서 통일된다면 북한 가서 가장하고 싶은 일은 (1초의 망설임 없이) 사도바울처럼 죽도록 전도하는 것이라고 했다.교회 다니면 성경책과 찬송가 다 불살라버린다고 했던 아버지가 요즘은 교회 가서 열심히 기도한다고 했다.

그리고 북한의 실상을 보여주는 방송이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파리 에펠탑 같은 세계적인 랜드마크 앞에서 국제사회 젊은이들이 북한인권 회복을 위한 행진을 한다면 북한 정권은 북한 주민들에게 함부로 못 할 것이라고 했다.단적인 예로 요즘 북한 정권은 사람들 보는 앞에서 사람을 못 때리고 없는 데서 때린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도 남한처럼 자유를 얻는 그 순간까지 두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자며 마무리했다.

순복음노원교회 유재필 위임목사는 "정유나 자매의 탈북과정과 그가 접한 믿음은 인간에게 어떠한 일도 가능케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됐다. 특히 그가 마음에서 얻은 성경 말씀 '에베소서 5장 8장'은 그가 걸어오는 길에 하나님이 마중한 것이다. 자매와 같이 매일 북한 사회에서 핍박받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모두가 기도하자"고 했다.

동석한 교회 교직 장로는 "정유나 자매는 간증에서 벌써 우리들의 전도사가 되었다. 그의 전도에 따라 함께 걷겠다"고 했다.

40대 주부 박모 성도는 "그의 어머니의 절절함에서 제가 엄마로서 눈물이 난다. 그리고 얼마나 북한 사회가 힘들었는지 그간의 고생한 삶이 공감된다. 너무나 많은 상처를 오롯이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는 그의 모습을 응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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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복음노원교회 대성전에서 탈북방송인 정유나 씨가 신앙 간증을 하고 있다. 3000여 성도들이 그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부두완 기자
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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