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 | 0 | 2022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는 울산HD.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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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2025년 6월 14일 개막하는 FIFA 클럽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전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기존의 7개 팀 체제에서 벗어나 FIFA가 새롭게 도입한 32개 팀 참가 방식으로 치러진다. 그 규모와 기대감은 사실상 '클럽 버전 월드컵'이라 불릴 만하다. 그리고 이 거대한 무대에, K리그를 대표해 단 한 팀이 참가한다. 울산HD. K리그의 자존심을 짊어진 울산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울산HD는 이번 대회에 아시아축구연맹(AFC)을 대표하는 네 팀 가운데 하나로 참가한다. 참가 자격은 2020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그리고 이후 AFC 랭킹 포인트 기반의 FIFA 기준 충족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클럽월드컵 역사상 한국 클럽이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울산은 FIFA와 AFC가 설정한 모든 조건을 충족한 유일한 K리그 팀이다.
울산은 1983년 현대중공업 축구단으로 출범한 이후 K리그에서 꾸준한 성과를 이어온 대표적인 '강팀'이다. 특히 최근 5년간 리그와 아시아 무대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퍼포먼스는 울산이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클럽 축구의 수준을 대표할 자격이 있음을 입증해왔다. 2020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022·2023·2024 K리그 3연패, 그리고 유소년 육성과 선수 이적 구조까지 고려할 때, 울산은 단순한 '참가 팀'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 13 | 0 |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을 가득 메운 서포터들의 열띤 응원 속, 김판곤 감독이 냉정하게 경기 흐름을 살피고 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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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 | 0 | 2023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는 울산HD.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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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울산은 김판곤 감독 체제 하에서 새로운 전술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지낸 김 감독은 국제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팀의 틀을 조정하고 있으나, 시즌 초반부터 뚜렷한 전술 색채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여전히 리그 상위권 수준이지만, 조직적인 완성도와 밸런스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단기 토너먼트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김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팀을 재정비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수비진은 풍부한 경험을 지닌 김영권을 중심으로, 잠재력을 보이고 있는 강민우 등 신예 자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골문은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가 지킨다. 조현우는 큰 경기에서 발휘하는 집중력과 순발력, 안정된 리딩으로 이미 K리그에서 검증된 수문장이다.
중원은 고승범, 보야니치 등이 주축이다. 고승범은 활동량과 수비 기여가 뛰어나고, 보야니치는 패스 전개 능력과 킥 정교함을 두루 갖춘 미드필더다.
공격진에서는 엄원상이 울산의 빠른 전환 플레이를 이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루빅손, 라카바, 에릭이 각자의 장점을 바탕으로 조화를 이룬다. 루빅손은 폭넓은 활동량과 수비 가담 능력이 돋보이며, 라카바는 1대1 돌파와 시야, 에릭은 박스 안에서의 움직임과 마무리가 뛰어나다.
 | 15 | 0 | 중앙에서의 강한 피지컬과 커버 범위를 보여주는 보야니치는 울산의 미드필더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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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 | 0 | 울산의 주장 김영권이 후방 빌드업을 이끌고 있다.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은 클럽월드컵에서도 울산 수비진의 중심축으로, 경기 운영의 안정감을 제공할 예정이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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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울산은 다양한 전술적 옵션과 조합을 갖춘 전력을 기반으로, 단기 토너먼트에서 예상을 뒤엎을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울산은 F조에 배정되어 플루미넨시(브라질), 도르트문트(독일),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공)와 한 조를 이루게 됐다. 각 대륙을 대표하는 챔피언들이 총출동하는 이번 클럽월드컵에서 도르트문트와 플루미넨시는 조별리그 강세가 유력한 팀으로 꼽히지만, 울산 역시 K리그를 대표하는 유일한 존재로 주목받고 있다. F조는 '2강 2약' 구도로 분류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울산이 이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울산에게 단순한 승패를 넘어, 국제 팬들에게 'ULSAN'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는 기회이자 K리그 전체의 위상을 시험하는 장이다. FIFA가 클럽월드컵을 장기적으로 월드컵과 동일한 브랜드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움직임을 고려할 때, 이번 출전은 단기 성과를 넘는 구조적 기회다. 울산이 기대 이상의 경기를 펼친다면, K리그의 브랜드 가치, 스폰서십, 중계권 수익, 선수 이적 시장 등 전방위적인 산업적 효과가 뒤따를 수 있다.
현재 울산은 K리그 일정을 병행하며 클럽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체력 안배와 로테이션, 전술 숙련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일이 과제로 남아 있다. 2025년 6월, 울산은 그 어느 해보다 이른 여름을 맞이하게 된다. K리그의 대표가 아닌, 세계 축구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클럽으로서의 시험대. 그 무게와 가능성을 함께 짊어지고 울산HD는 세계로 나선다. 이는 단순한 한 구단의 여정이 아닌, K리그 전체가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