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끄는 사람들’은 기억을 다루는 인간의 태도에 집중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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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끄는 사람들>은 2025년 '신한 영 아티스트 페스타'의 2번째 전시다. 해당 프로그램은 역사가 짧지 않다. 2003년 광화문에서 시작된 작가 공모전은 지난 23년간 총 169번의 전시를 진행하며 신한갤러리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전시에는 원정인 작가와 키시 앤 바질 팀이 참여했다.
전시장은 신한갤러리 지하 1층에 마련됐다. 작품 배치를 담은 맵과 작가 이력이 적힌 리플렛이 입구에 준비돼 있었다. 이날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전시장에 관람객이 없어 한적했다. 공간이 아주 넓지는 않았으나 벽과 선반, 기둥에 크고 작은 작품들이 자리해 시선을 끌었다. 해당 전시는 구성 과정에서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공모 과정에서 작품 배치 등 전시 기획안을 제출하고, 전시 제목도 작가들이 정한다. 전시 공간 초입에 적힌 소개 글도 직접 작성한다.
관람객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작가 지인 외에도 일반인, 예술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이 전시를 방문한다. '아티스트 토크' 등 작가와 관람객이 소통할 수 있는 부대 프로그램도 있다. 특히 지난 4일 열린 전시회 간담회에는 작가들을 비롯해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참여자들은 작가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들으며 자유롭게 질문과 응원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한다. 신한갤러리의 이현경 큐레이터는 이번 간담회에 대해 "흩어진 기억을 모아 새 풍경을 만들고자 하는 <조용히 끄는 사람들>의 전시 의도와 걸맞는 자리였다.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참여자들도 함께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꺼내는 소통의 장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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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끄는 사람들> 전시를 진행한 원정인 작가는 이번 전시가 오랜 기간 혼자 고민하고 만든 작업이 누군가에게 보여질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고 했다. 그는 "예술은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가장 서서히 혜택을 받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최근 미술계의 지원 규모나 공모 기회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기업의 예술 지원은 후원의 이상의 의미"라고 말했다.
"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은 자본 논리로 단순화된 세계에 균열을 내는 것인데, 이는 정량적 성과로 측정하기 어렵다. 때문에 장기적인 가능성을 열어주는 지원이 지속되었으면 한다"고 작가는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