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에 물가·생산비 급등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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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미국의 자국 핵시설 폭격에 대한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다만 최종 결정권은 이란의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남겨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수출길도 막힐 수 있다는 점에서 전면 봉쇄는 리스크 대비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만약 봉쇄가 현실화된다면 이란이 부분봉쇄까지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걸프국(GCC) 역내에서 외교적으로 관계가 단절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홍해 사태와 같이 이스라엘과 미국 관련 배를 선별해 공격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가 지나는 곳이다. 해협이 좁은 탓에 대형 유조선이 움직이기 위해선 이란 영해를 지나야만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원유 수입에서 중동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단 점이다. 유 연구원은 "중동 지역에서 계속 이슈가 불거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중동지역 원유수급률은 지난해 72.3%에서 올해 1분기 기준으로 75.2%까지 늘어난 상황"이라며 "수입처 다변화를 위한 옵션으로 미국산이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음에도 늘리지 못한 이유엔 러우 전쟁 이후 유럽에서 미국산 원유에 대한 수요가 대폭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의 99%는 이 해협을 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장 원·달러 환율도 치솟고 있다. 중동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향해가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 대비 18.7원 오른 1384.3원을 기록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중동 긴장 완화 전망에 따라 지난주 2000원대 선에서 1800원대로 내려왔지만 이번 긴장상태로 다시금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화 약세는 단기적으로 수출 기업에 도움이 되지만, 중간재를 대부분 수입해 제조하는 특성과 미국발 관세 등 세계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가뜩이나 수출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출이 더 쪼그라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철강,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직격탄이다.
앞서 지난 22일 한국무역협회(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2025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3.8% 줄어든 3355억 달러, 수입은 2.1% 감소한 3132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지중해 쪽은 대체항로가 있지만 이란 쪽은 대체항로가 완벽하게 돼 있는 게 아닌 만큼 세계 교역이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봉쇄가 현실화되면 유류할증료, 통화할증료, 긴급유류할증료, 전쟁테러 위험 할증료가 붙어 탱커 운임이 오를 수 있고 에너지 수입비용이 커지면서 기업 생산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겨우 잠잠해진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외에 추가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에는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앞으로 만약 재정지출을 계속 늘리게 되면 돈이 풀리면서 물가가 높아질 수 있다"며 "유가가 오른다든지 환율이 올라서 물가가 높아지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