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제고 3.9조 규모 자사주 매입
美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 인수
하반기 HBM 확대·AI 수요 '반등'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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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5년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74조원,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09%, 영업이익은 55.94% 각각 감소했다. 특히 증권가에서 전망한 영업이익 6조원대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전분기 대비로도 매출은 6.5%, 영업이익은 31.2%가 줄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DS) 부문이다. 메모리 사업에서는 재고 평가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고 비메모리 부문인 파운드리·시스템LSI는 AI 칩의 대중국 수출 규제 및 고객사 확보 실패로 대규모 적자가 지속됐다. 특히 고부가 제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도 실적에 기여하지 못했다. 최신 제품인 HBM3E 12단이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를 확보하지 못하면서다.
세트 사업도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은 스마트폰(MX) 사업의 비수기 진입과 함께 TV·가전 부문이 글로벌 관세 인상, 소비 둔화, 환율 변동 등 악재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다만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HBM 제품 출하 확대와 AI 관련 수요 회복으로 반도체 가동률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3조3911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이중 2조8000억원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소각하고 나머지 1조1000억원은 임직원 주식 보상에 활용한다. 매입 기간은 7월 9일부터 10월 8일까지다.
이번 발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총 10조 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마무리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1차로 매입한 3조원 규모의 자사주는 올해 2월 전량 소각했고 2월에 추가 매입한 3조원 중 약 2조5000억원 어치도 소각할 예정이다.
이러한 발 빠른 조처 덕분인지 부진한 2분기 성적표에도 주가는 선방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0.49% 하락한 6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최근 M&A 행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적 부진 속에서도 글로벌 인수·투자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 실적이 발표된 이날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젤스(Xealth)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절차를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젤스는 의료진이 환자 상태에 따라 디지털 헬스케어 앱을 처방·추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미국 내 500여개 병원과 70여개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 워치, 링 등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한 생체 데이터를 병원 시스템과 연계해 예방 중심의 초개인화 건강 관리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은 "삼성전자는 젤스의 헬스케어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더해 초개인화된 예방 중심 케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등 미래 성장 산업 관련 기업을 잇따라 인수한 바 있다. 특히 지난 5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15억 유로(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한 계약은 하만 이후 8년 만에 조(兆)단위 M&A였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그간 잠잠했던 대형 인수합병 시장 복귀를 본격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삼성전자는 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 Z 플립·폴드' 시리즈를 공개한다. MX 사업부의 핵심 신제품으로 하반기 스마트폰 사업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