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데스크칼럼] 개와 늑대의 시간, 포스코의 그림자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806010003053

글자크기

닫기

최원영 기자

승인 : 2025. 08. 07. 06:15

2025071501010012547_p1
계열 건설사의 잇따른 사망사고에 국민기업 포스코가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린다. 포스코이앤씨 대표의 대국민 사과, 전국 100여개 건설현장 작업 전면중단 및 전수 점검, '그룹안전특별진단TF팀' 신설과 조직문화 재정비, 끝내 포스코이앤씨 대표 사임에 그룹 최고 안전전문가를 수장으로 앉히기까지 불과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번 사고들을 계기로 산업재해 피해자 가족을 지원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안전관리 전문회사를 신설하는 등의 실질적인 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미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짜 낸 포스코는 더 내놓을 게 없을 거다. 포스코가 앞뒤 재지 않고 조직 차원의 무거운 책임감을 보여주면서, '각성'의 신호가 강하게 읽힌다.

다만 구분해야 할 게 있다. '제철보국' 긴 시간 산업의 쌀을 만들어 낸 기간산업 중추로서의 포스코다. 제철소 불빛이 꺼지면 국가경제 심장도 멈춘다는 신념으로 성장한 포스코는 긴 시간 안정적으로 싸고 질 좋은 철을 국내에 공급하며 한국 제조업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지금도 배터리 소재사업을 키우며 미래산업의 쌀까지 키워내는 중이다.

이면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산의 범람, 그리고 미국의 50% 초고율 관세까지 국내 1등 철강사로서 짊어져야 할 이중삼중의 위기가 있다. 온 정부가 달려든 대미 관세협상에서도 철강 품목관세는 뒷전이지 않았나. 최근 국회에서 여야를 불문한 106명의 국회의원이 철강산업을 살리기 위한 'K-스틸법'을 발의한 배경에는 수년간에 걸친 포스코의 끈질긴 설득이 있었다.

여야가 한뜻으로 국가 경제·안보의 핵심 기반 산업으로서의 철강을 응원하고 직면한 타격과 경영불확실성을 걱정하는 마음이 담겼다. 이대로면 우리 산업 생태계와 지역 경제가 치명상을 입게 될 거라고도 했다. 현재 현대제철과 세아, 그리고 동국제강까지 중국산 철강을 막아달라는 요청을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해가 질 무렵, 길게 늘어진 그림자와 실루엣만으론 곁에 자리를 지켜 온 양치기 '개'인지, 나에게 해를 입힐 '늑대'인지 분간이 잘 안 간다는 의미다. 이제 혼돈의 시간, 포스코의 그림자가 길게 깔린다. '제철보국'을 말하며 철강과 배터리소재로 제조업 근간이 돼 온 국민기업이냐, 잇단 사고로 얼룩진 거칠고 나쁜 기업이냐.

시각을 조금 바꿔보자. 건설 계열사의 잇따른 사고 속 포스코는 반드시 변화해야 하는 '임계점'을 맞았다. 산업재해 빈도는 국가 민도(民度)의 가늠자이기도 하다. 이번 포스코의 각성은 건설업계, 아니 제조업 사업장 전반에 퍼질 문화적 전환점으로 작용해야 한다. 내놓은 대책과 각오들이 진정성 있게 추진되고, 그 결과가 무재해 수치로 증명돼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이 시련이 포스코가 우리나라 안전·윤리경영의 표준으로 자리 매김 할 기회이길 기대해 본다.
최원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