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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크라이나 전쟁, 이제 끝물인데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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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3.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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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집단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엄청난 규모의 무기 및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러시아에 대해서는 전례가 없는 전방위적인 경제제재를 취하였다. 하지만 전세는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전개되어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20% 정도를 점령한 상태이다. 지난해 하반기 우크라이나군이 시도한 대반격은 실패로 돌아갔으며, 우크라이나 군은 탄약과 포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 결과 국제사회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승리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점증하고 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가? 냉정히 보면 나토의 직접 개입이 없는 한, 우크라이나가 전세를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나토의 파병에 대해서는 현재 회원국 대부분이 반대이다. 나아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느냐도 전적으로 집단서방 특히 미국의 지원 지속 여부에 달려 있는데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원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대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국무부에서 서열 3위인 빅토리아 눌런드 정무 담당 차관의 사임이 발표되어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지 않나 하는 추측을 내놓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눌런드 차관은 이번 전쟁의 발단으로 볼 수 있는, 2014년 우크라이나의 소위 유로마이단 사태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대러시아 강경론자이기 때문이다.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평소 그가 이야기한 대로 미국은 전쟁을 끝내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러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작년 12월 푸틴 대통령이 관계 복원을 제의한 데 대해 한국은 대러 수출 통제 품목의 대폭 확대로 응답하였는데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지시에 따른 비우호적 행동"이라 평가하고 보복 조치를 예고하면서 "(보복 조치가) 굳이 대칭적일 필요는 없다. 한국은 (러시아의 조치에) 놀라지 말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에는 국방부 장관이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인도주의적·재정적 차원으로 제한된 데 대해 "개인적으로 자유세계의 일원으로서 전면 지원이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표명하자 러시아 측은 "우리는 한때 우호적이었던 러시아와의 관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무모한 행동에 대해 한국 정부에 경고한다"고 하였다.(논란이 일자 국방장관은 지난 18일 외신기자 회견에서 문제가 된 보도와 관련하여 자신의 뜻이 와전되었다고 해명하였다.) 2월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고위인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수출 자제 방침을 재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3월 초에는 러시아의 세계적인 발레 스타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내한 공연이 비난 여론으로 결국 취소되었다. 이어 11일에는 블라디보스톡에 거주하는 한국인 선교사 백 모씨가 간첩 혐의로 러시아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는 타스 통신 보도가 나와 이에 국내일부에서는 '인질' 운운하며 러시아를 성토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러 관계가 훼손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러-북 밀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그러한 반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러시아와의 관계를 지혜롭게 관리했어야 하지 않았나 질문을 던지고 싶다. 국가 간 관계에서 국가는 기본적으로 비(非)도덕적인 존재이며 철저하게 국익을 추구할 뿐이다. 한국은 한미관계가 중요하므로 우크라이나를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는 강박증적인 생각을 할 필요는 없으며 이번 전쟁에 대해 자기 관점이 없이 '가치 외교'만을 내세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 본다. 최근 미국에서는 작년 3월처럼 한국이 '최종 사용자는 미군'이라는 조건으로 미 측에 포탄을 공급하고 미국은 이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식을 재가동할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은 한국의 손익을 잘 따져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물에 들어가는 것 같은 현시점에서는 더욱더 유연한 외교 사고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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