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신당역 스토킹 살인 2년-中] “일터에서 젠더 폭력은 산업재해…사업주 책임 높여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908010004419

글자크기

닫기

김채연 기자 | 김태완 인턴 기자

승인 : 2024. 09. 14. 12:00

직장 내 스토킹, 사업주 보호조치 회사 재량에 맡겨져
"예방의무 교육 중요…부실 대응시 처벌하는 규정도"
GettyImages-jv12051984
기사와 관련없는 이미지/게티이미지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스토킹 방지법'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지만 권력 관계의 특수성이 존재하는 직장 내에서의 안전을 보장하기에는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는 직장에서 발생하는 학대 행위는 행위자와 함께 그 책임을 사업주에게도 부여하고, 조치 의무를 강제하는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14일 아시아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현행 스토킹 방지법에는 '사업주는 스토킹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등 직장 내 스토킹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사업주가 피해자에게 신고 등을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조치를 해선 안된다' 등 회사 차원의 보호조치 의무가 규정돼 있으나 그 의무의 기간이나 강도 등에 관해선 구체적 명시가 없다.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는 결국 회사의 재량에 달려 있어 실제 직장 내 스토킹이 발생하더라도 사업주에게 강제적으로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와의 공간 분리, 정보 유출 등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처벌할 수 없다.

이처럼 사업주의 재량에 맡겨진 보호조치 의무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심지연 심앤이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재 직장 내 스토킹에 대한 사업주의 적극적 시행 조치를 요구하는 법안은 전무하다"며 "전반적으로 해당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을 뿐더러 피해자의 대응 여부에만 처벌 기준의 초점이 맞춰져 있어 피해자가 얼마나 강하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성범죄 피해자 국선전담 신진희 변호사는 "직장 내 성범죄는 그 행위자가 하급자인 경우보다 자신의 권력 및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상급자인 경우가 많다"며 "그렇기에 회사 입장에서도 상급자가 보다 주요 인력이기 때문에 이들을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기는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직장 내 스토킹 및 성범죄가 대수롭지 않은, 개인적인 일이라는 잘못된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며 "폭행·상해 등이 발생하면 즉시 피·가해자가 분리할 것인데, 스토킹 등 젠더폭력에 대해선 '뭐 이런 걸로 예민하게 그래', '이걸 갖고 분리를 해야하냐'는 등의 뒤떨어진 사회적 인식도 법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법조계는 일터에서의 젠더 폭력을 사적 영역이 아닌 산업재해로 인식해 사업주의 의무 조치 등을 강화하는 처벌 규정이나 양형기준을 새로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사업주의 예방교육 조치를 의무로 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연 변호사는 "실질적인 스토킹 방지 교육을 사업주가 정기적·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해 회사가 스토킹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해야 한다"며 "아울러 피해자가 직장에 스토킹 피해를 신고했을 때 사업주의 적극적 대응을 강제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진희 변호사는 "사업주의 예방 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현재 회사에서 시행되는 대부분의 예방 교육 프로그램은 형식적이고 허술하다"며 "회사 차원에서도 직원들 간 발생한 스토킹 등의 범죄 행위가 회사의 영리 활동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직장 업무 효율 측면에서도 사업주가 적극적인 예방 활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범죄 전문 이은의 변호사 또한 "경찰에서 스토킹에 대한 사후 조치로 접근금지 명령을 내려도 결국 해당 명령이 사업주에 대한 명령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사업주가 반드시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며 "피·가해자가 같은 공간을 향유하는 경우엔 사업주에게 이를 통보하라는 규정을 만들어주는 대안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채연 기자
김태완 인턴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