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 청구서’ 내미는데 정상외교도 부재
“美경제기여 적극 홍보하며 대응전략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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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반도체" 언급한 압박에 경제계 "가슴 철렁"
9일 경제계는 철강·자동차에 이어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영향권에 들어온 것에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한국을 거론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워낙 불확실성이 커서 단기적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7일 '반도체 발언'은 한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경제계에 더 큰 충격파를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반도체 사업을 대만이 훔쳐 갔다"며 "거의 전적으로 대만에 있으며 약간(little bit)은 한국에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대만과 한국을 함께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은 미국의 전략적 경쟁 상대인 중국뿐 아니라 동맹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넘어 한반도까지 겨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 논리' 핵심은 미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기거나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선 동맹이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든 타깃이 될 수 있다는 '트럼프식 관세논리'를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美경제 기여한 부분 적극 홍보하며 협상전략 짜야"
문제는 우리 경제가 트럼프의 관세폭탄을 버텨낼 경제적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내수 침체에도 경제를 지탱해오던 수출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5% 감소했다. 지난 1월 수출만 놓고 보면 498억1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9.1% 줄었다. 지난 2월에는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경제계 안팎에선 정상외교 부재에 따른 협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정상외교를 펼 수 없는 상황에서 '외교적 고립'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수차례 소통하면서 관세 유예 조치를 끌어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정상외교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발 빠른 실리협상도 우리 입장에선 '먼 나라' 얘기다. 당장 우리 정부는 한미 실무 협의체를 가동하고 고위급 연쇄 접촉을 시도하는 등 관세폭탄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소통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정상 간 전화통화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이보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일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경제에 대한 기여'를 강조한 점을 참고해 우리나라도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극 홍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한미 경제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