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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패널 접고, AI 키우고… 구광모 ‘과감한 결단’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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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승인 : 2025. 06. 29. 18:00

LG그룹 회장, 포트폴리오 싹 바꿔
7년 만에 시가총액 약 135조원 '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7년 만에 90조원이던 주요 상장계열사 시가총액을 세 자릿수 135조원까지 끌어올린 배경은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와 결단의 산물이다. 오래 공들여 온 전자와 배터리, AI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줬고, 그렇게 미래 사업에 대한 비전은 각계에서의 투자와 신뢰로 이어졌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그룹 상장 계열사 시가총액은 약 135조원으로,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 6월 29일 88조1000억원(우선주·LX그룹 제외)에서 약 53% 증가했다. 고(故) 구본무 회장 타계 이후 그룹을 이끈 구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고객 중심'을 경영 철학의 축으로 삼았다. 외형보다 내실을 중시했고, 모든 계열사에 실질적 구조 개편을 요구하며 조직의 방향타를 바꿨다. 지난 3월 사장단 회의에서는 "경영환경 변화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르다"며 사업 재정비의 고삐를 다시 죄기도 했다.

매년 신년사에서 고객 중심 철학을 강조해 온 구 회장은 실제로 사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손보며 이를 실행에 옮겨왔다. 2021년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데 이어, 2022년에는 태양광 패널에서 철수했고 최근 전기차 충전기 사업도 정리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TV 생산을 중단하고 OLED 중심 체제로 개편 중이다. 확보한 자본과 인력은 AI·바이오 등 고부가 산업으로 흘러들었다. 그 결과 LG전자는 지난해 연결 매출 87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약 400조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확보하며 북미·인도네시아 공급망 확대에 나섰고, LG디스플레이는 OLED 매출 비중을 높이며 LCD 철수 이후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HVAC(공기조화) 사업도 LG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해당 부문은 지난해 말 '에코솔루션(ES) 본부'로 승격됐고, AI 인프라 수요와 기후 변화 대응 수요를 동시에 흡수하고 있다. 생활가전(HS)과 함께 수익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R&D와 인재 확보에 집중한 것도 LG 체질 전환의 핵심 요인이다. LG AI연구원이 독립 출범한 2020년 이후, 그룹의 초거대 언어모델 '엑사원(EXAONE)'은 국내 LLM 중 최상위권으로 평가 받고 있다. 최근 배경훈 원장이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그룹 기술력도 재조명 받고 있다. 또한 LG화학은 서울대와 손잡고 단백질 구조 예측 AI 기반 신약 개발을 추진중이다. LG화학 생명과학부문의 R&D 비중은 올해 1분기 투입한 R&D 비용 2800억원 가운데 40.7%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한 파이프라인도 있다. LG전자는 북미법인을 통해 에너지 AI 스타트업을 독립 법인으로 키우는 등 클린테크 영역도 넓힐 계획이다.

OLED 투자 역시 강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공장 매각으로 확보한 2조20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OLED 설비에 재투자한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의 우위를 확고히 하려는 전략이다. 전반적인 실적도 반등세다. LG전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2018년 대비 24조원 증가했고, LG디스플레이는 구조조정 이후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AI·전장·배터리 등 주요 사업 분야 모두 글로벌 업체 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LG만의 기술력과 차별화 전략이 뚜렷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LG는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AI·바이오·클린테크(ABC)에 총 100조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지금이 변화와 혁신의 골든타임"이라며, "ABC 분야의 경쟁력을 토대로 미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당시 "고객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그의 첫 다짐은 7년이 지난 지금도 LG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구 회장의 조용하고도 단단한 리더십 아래 LG는 체질 개선과 미래 투자를 병행하며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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