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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시총 ‘2.5배’ 뛴 두산그룹…다음 스텝은 ‘재편’ 보단 ‘사업’에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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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25. 07. 08. 06:00

에너빌리티 등 활약 속 60조원 돌파
분할 합병 철회…여전히 같은 입장
정부 기조 맞추며 기술력 확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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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로즈 캔두에너지 사장(오른쪽)과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BG장이 지난 4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원자력 사업 협력을 위한 우선공급자 협약 체결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마켓파워
2020년 대규모 자금난을 겪으며 구조조정에 들어갔던 두산그룹이 불과 5년새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상장사 시총이 최근 60조원을 넘어선 게 대표적이다. 지주사인 ㈜두산, 특히 그룹 핵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 연말보다 약 4배 뛰어오른 40조원에 육박하며 그룹 시총의 3분의 2를 담당하게 됐다. 전세계적으로 촉발 된 생성형 AI(인공지능) 경쟁, 데이터센터 난립에 따른 전력 수요 상승으로 대용량에 안정적인 에너지원인 원전이 주목 받은 게 두산에너빌리티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특히 지난해 연말 계엄으로 주가가 폭락해 사업 재편 계획을 전면 취소했던 사례를 떠올려보면 지금 주가 상승이 얼마나 극적인 지 가늠해볼 수 있다. 당시 그룹은 분할 합병 회사들의 주가가 급격히 하락해 합병 시 오히려 손해가 클 것으로 보고 이를 철회했다. 현재는 상황이 반전해 주가가 회복한 것을 넘어 전성기를 달리면서 업계의 관심이 커진다.

일단 회사는 사업 재편 재개에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새 정부와 스텝을 맞춰야 할 뿐 아니라 글로벌 각 국의 에너지정책에 맞게 기술력을 키우고 관련 수주에만 힘써도 빠듯 할 거란 게 업계 시각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시총은 지난 4일 기준 60조638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사업 재편안 철회 계획을 밝히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9일 그룹 시총이 24조8131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144.4% 증가한 수치다.

그룹의 시총 급증을 이끈 건 지주사 ㈜두산과 두산에너빌리티다. ㈜두산은 4일 기준 주가가 55만5000원으로, 지난해 12월 9일 대비 154% 증가했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6만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45.2% 상승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김정관 마케팅 부문장 사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김정관 사장은 그룹의 핵심 사업인 원자력 발전 수주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원전 업계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에너지 믹스 전략에서 원전의 비중을 키우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AI 수요가 증가하면서 향후 10년 간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해 약 100기의 원전이 추가로 지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원전이 아니더라도 이미 풍력과 수소로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했을 뿐 아니라,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가스 터빈의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각종 에너지 정책에 따른 부침을 완화할 수 있게 됐다.

업황개선을 비롯해 두산에너빌리티를 둘러싼 환경이 나아지고 있지만 사업 재편을 재개할 의지는 현재로서 없어보인다.

당시 두산그룹이 추진한 사업 재편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 법인으로 분할하고, 신설법인을 로보틱스에 합병하는 게 골자였다. 이 과정에서 합병 비율을 놓고 주주들과의 진통이 있었고,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정정신고서를 무려 7번이나 수정하면서 단계를 밟아 나갔다.

그러나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분할합병 당사 회사들의 주가가 단기간 내에 급격히 하락해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 간의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하며 이를 전면 취소했다. 계엄으로 인해 주가가 폭락한 게 결정적이었다.

돌발상황으로 없던 일이 됐으나 두산에너빌리티는 재편을 진행하면서 주주 및 금융감독원의 날카로운 시험대를 수차례 거쳤어야 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정정신고서는 7번 제출, 논란이 됐던 합병 비율도 재조정했으나 이 과정에서 맞닥뜨린 역풍이 그룹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세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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