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조선 원자력 등 글로벌 경쟁력으로 레버리지 극대화
입싸움 국내용 정치로는 핵심 국익 못 지켜 강력한 경제안보 추진체 꾸려야
|
주한 미공군 F-16 전투기들은 지난 18일 오산 기지를 이륙해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과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 사이 해역까지 진입했다. 중국도 전투기로 대응했고, 한때 대치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남중국해나 대만 해협에서 벌어질 법한 양국 군사력 대치가 한반도 해역에서 일어난 것이다. 아주 이례적이다. 미 해군 항모가 서해로 진입하려 할 경우 중국은 가장 민감하게 적대적인 태도로 비난한다. 그런 중국의 핵심 이익을 미국이 '의도적으로' 건드린 것이다. 훈련 규모와 내용에 관해 한국군과 사전 논의는 없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미국 측에 항의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같은 시기 동해와 동중국해에서는 미 전략 폭격기 B-52와 일본 자위대의 전투기들이 참여한 미·일 연합훈련이 있었다. 역시 중국도 대응했다.
동·서해에서의 뚜렷한 군사적 대립은 한반도 주변의 전략적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알린다. 징조나 사전 경고가 아니다. 남북 상황이 아니라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선이 된 것이다. 미국은 여러 차례 주한미군 역할 변경 의지를 내보였다. 지난 1월 말 방한한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은 "중국의 지속적인 군사 현대화와 역내·역외 군사활동 확대라는 현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강력한 거부선 구축"을 말했다. 대만-오키나와-한반도를 잇는 제1도련선을 강조한 발언이다. 당연히 대만 침공 등 유사시 주한미군 투입을 기정사실화하다시피 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도 지난해 "주한미군은 북한 격퇴에만 초점 맞추지 않는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작은 부분으로서 역내 작전과 활동, 투자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주한미군의 핵심 전력 중 한 부분인 아파치 헬기 1개 대대가 비활성화됐다. 군사적으로 운용 중단 또는 해체를 의미한다. 한미연합사령관을 대장에서 중장으로 내리고, 주일미군사령관을 중장에서 대장으로 격상해 유엔군사령관을 겸임하게 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바 있다.
모든 흐름은 하나로 수렴한다. 주한미군 역할이 대북억지에서 대중견제로 바뀐 것이고, 실질적 '전략적 유연성'이 실행되는 것이다. 최근 현상들은 그 변화가 이미 이뤄졌음을 확인하는 것일 뿐이다. 이번 주한 미 공군력의 서해 진입에 중국 국방부와 관영매체들(글로벌 타임스 등)은 "중국의 주권과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공해상 작전을 주권침해로 규정했다. 즉 서해를 이미 내해(內海)로 규정한 것으로 읽힌다.
중국은 수년 전부터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군사시설로 전용이 의심되는 구조물 설치로 내해화를 실행 중이다. 남중국해에서도 무인도 등에 비슷한 전략을 장기간 실행하면서 영유권을 주장했다. 이른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다. 중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후 부분 철수(3개 시설 중 1개)를 했지만 민간회사의 결정일 뿐이라는 공식 설명으로 의미를 축소했다.
한반도 주변에서 강대국들의 행동은 우리의 대응을 시험한다. 중국은 교묘히 서해 구조물 설치 강행과 부분 철수, 한한령 지속으로 한국 민생경제 타격 등으로 '내 밑으로 들어오라'는 암묵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은 서해에 전투기를 보내면서 한국과의 대중 공동 견제를 사실상 요구하고 있다. 수십 년 가치동맹에서 '거래적 동맹관계'로 변화를 인정하라는 트럼프식 압박일 것이다.
우리는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과 미국의 방어선이 충돌하는 제1도련선의 끝자락에 위치한다. 미국과 중국이 필연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위치다. 미국으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반도체 공급선과 묘하게 겹친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 전략과 준비태세다. 작금의 한반도 외교안보 상황은 우리가 항의하거나, 설득해서 개선되는 안일한 상황이 아니다. 국가 핵심이익 확보를 위해 활용할 레버리지와 그 효과의 극대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대통령이 실용과 능력을 추구하고 있다지만 정치권은 지난 1년간 양극단으로 나뉘어 말싸움 밖에 한 일이 없다. 마치 17세기 중후반 1년상과 3년상을 놓고 예송논쟁을 펼치면서 국가 역량을 허무하게 소진한 조선시대 상황과 똑같다고 할까. 그 시대, 서구는 관념이 아닌 과학의 제도화, 이익을 위한 해상통제권 확보에 전력을 기울였다. 요즘으로 말하면 글로벌 공급망 확보 또는 재편을 위한 충돌이다. G2의 한반도 주변 대립이 망해버린 구한말 시대의 재현이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 조선, 원자력, 방산, 석유화학 등 우리에겐 글로벌 공급망에서 비중 있게 차지하는 부분이 있다. 이를 레버리지로 미국 등으로부터 얻어낼 '영리한 거래'를 해야 한다.
유능한 정치와 정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기존 기구이든 아니든 경제안보를 컨트롤할 강력한 추진체가 있어야 한다. 국익을 최대한 관철시킬 수 있는 중견국 연대를 주도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허구한 날 입싸움으로만 값싼 인기(그것도 과장된)를 유지하는 국내용 정치는 이 나라가 치를 참혹한 결과를 차곡차곡 쌓을 뿐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명호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